[사설] 통일교 특검 급물살… 정치적 물타기 변질 안 된다
여, 반대 입장서 선회… 조건부 수용 의사
'주도권 싸움' 수단 땐 국민 신뢰 잃을 것
22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만나 악수를 나눈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통일교 게이트와 관련해 “여야 정치인 누구도 예외 없이 모두 포함해서 특검을 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한 야당의 특검 도입 주장에 선을 그었던 것과는 달리 사실상 조건부 수용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여야 정치인을 모두 수사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도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통일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제도적 절차를 통해 본격적으로 규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번 특검이 정치적 계산을 넘어 공정한 진상 규명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민주당은 전날까지 “통일교 특검에 동의할 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통일교 의혹을 털고 넘어가기를 바라는 지지층의 특검 요구가 커지자 태도를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위고하 없는 엄정 수사’ 지시와 여론조사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최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통일교 특검 도입에 대한 찬성 여론은 62%에 달했고, 민주당 지지층의 찬성(67%)이 국힘 지지층(60%)보다 높았다. 장기간 이어진 공방이 민주당의 특검 수용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결정의 순수성이 의심된다.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민생법안, 2차 종합 특검과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순수성 논란을 자초한 꼴이다. 야당이 “특검을 하자면서 또 다른 특검을 얹는 것은 정치적 물타기 아니냐”고 경계하는 이유다. 실제로 특검이 민생 법안 처리와 연계되고, 정국 주도권 싸움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국민 신뢰는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민중기 특검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이던 민주당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음에도 민주당 관련 의혹은 수사하지 않고 국민의힘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혐의만 수사했다. 이로 인해 특검 자체가 의혹의 대상이 됐다. 특검이 또다시 새로운 논란을 낳아서는 곤란하다.
통일교 특검의 성패는 공정성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구색 갖추기식 수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수사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하고 특검 추천과 임명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을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나아가 신속하고 투명한 진상 규명이야말로 이번 특검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이를 제대로 담보하지 못한다면 결과가 무엇이든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통일교 특검은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정치권은 ‘특검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특검이 되느냐에 답해야 한다. 특검을 통해 금품 수수 등 통일교를 둘러싼 의혹이 속 시원히 밝혀지길 국민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