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의 타임 아웃] 자유계약선수(FA)
스포츠부 선임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 Free Agent) 계약에 소극적이었습니다. 내년에는 반드시 가을야구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구단 안팎으로 흘러나왔는데도 FA 시장에서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죠. 알고 보니 조용히 내실을 다졌습니다. FA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그 비용으로 알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었지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외국인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와 제레미 비즐리를 영입했고, 아시아쿼터로 일본 출신 교야마 마사야를 데려왔습니다. 내년 시즌에는 정말 사직에서 가을야구를 볼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FA 제도는 언제 생긴 걸까요?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5년 12월 23일 MLB에서 처음 시작됐는데요. MLB는 리그 초창기인 1880년대 구단의 독점계약권리인 보류권 제도를 만들어 100년 가까이 유지했습니다. 선수들은 소속 구단과 시즌 개막 전까지 계약하지 못하면 보류권 제도 때문에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없었고, 계약은 1년 자동 연장됐습니다.
이같은 불합리한 계약 환경은 1969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던 흑인 외야수 커트 플러드의 이의 제기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세인트루이스는 1969년 플러드를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했는데요. 이에 플러드는 인종차별 문화가 심한 필라델피아로 이적하지 않겠다고 법정 싸움을 벌였습니다. 플러드는 이 과정에서 보류권 제도의 불합리함을 강조하면서 자유계약권리를 주장했습니다. 플러드는 대법원까지 가는 분쟁 속에 패소했으나, 이 사건은 MLB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법정 싸움 과정을 지켜본 많은 선수가 자유계약권리를 법적으로 강하게 제기했고, 1975년 투수 데이브 맥널리와 앤디 매서스미스가 소송 끝에 구단 이적의 자유를 법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조정위원회는 두 선수의 자유계약권리를 인정했고, 1976년 미국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이 결정을 확정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1976년 7월 MLB 선수노조와 구단은 단체협약을 통해 FA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선수들은 한 팀에서 6시즌을 뛰면 자유롭게 구단을 옮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후 선수들의 대우는 크게 달라졌고, 전 세계 프로스포츠 환경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975년 판결로 미국프로풋볼(NFL), 미국프로농구(NBA), 유럽 축구 선수 이적 규정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한국프로야구는 1999년 2월 10일 구단주 총회에서 FA 제도 도입을 승인했고, 그해 11월 송진우가 한화 이글스와 계약기간 3년, 7억 원에 합의하면서 프로야구 FA 1호 계약 선수가 됐습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