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공해에 가까운 ‘과잉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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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정치인 현수막이 너무 많이 보인다. 공해에 가깝다. 특히 번화가 도로변에는 국회의원과 시·구의원, 구청장이 이름과 사진을 함께 내걸고 큰 의미도 없는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게시해 때로는 짜증과 신경질이 날 정도다.

국회의원과 정당은 현수막으로 상호 비방을 일삼고 있어 볼썽사납고, 이걸 보는 청소년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안타까움마저 든다. 구청장이나 군수는 대다수 주민들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을 홍보하거나, 크고작은 치적 알리기에만 열을 올린다. 어차피 시민이 낸 세금으로 사업타당성을 따져 예산이 배정됐을 뿐인데, 마치 자신이 힘쓰고 노력해 얻은 결과인 마냥 호도한다. 명절이나 입시철에 축하나 격려 차원에서 내거는 현수막도 이제 감흥이 없고 불필요해 보일 뿐이다.

올해 부산시 16개 구군에서 내건 현수막은 무려 821개에 이르고 그 비용도 8700여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강서구는 1780여만 원을 지출했고 동구는 100만 원 가량을 썼는데, 이 비용이 기초단체장 개인 돈이 아니라 예산에서 지출된다니 어이가 없다. 대부분의 구군이 늘 예산 부족을 호소하면서 왜 치적을 알리거나 그저 인사치레 하는 불요불급한 곳에 재정을 투입하는지 부끄럽지도 않은가. 시의원과 구군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이 보기에 어지럽고 혼탁하고, 불쾌감만 불러일으키는 과도한 현수막. 거기에 쓸 돈으로 차라리 지역 내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취약게층을 지원한다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시민들은 깨끗하고 쾌적한 도로 환경을 원한다. 이에 앞으로 정치인과 공직자들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현수막 게시를 자제하고, 특히 비난과 정쟁에 현수막을 활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박옥희·부산 북구 화명신도시로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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