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지방 이전 역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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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청년들의 수도권 이주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수도권 개발에 수십 년간 ‘올인’한 결과다.

국가데이터처(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에서 작년에 서울로 간 20~34세 청년의 수는 4769명(순이동자)이었고 경기도로 간 청년은 2561명이었다.

올해도 1~3분기 서울로 간 부산 20~34세 청년은 3754명, 경기도로는 1789명이다. 울산, 경남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추세는 똑같다. 대구 광주 등 다른 지역도 유사하다. 지방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은 그 흐름이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경기도 성남에 있는 제1·2 판교 테크노밸리 입주 기업은 총 1780개사이며, 임직원 수는 8만 3000명이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 등 테크기업들이 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4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할 때 본사를 경북 김천으로 옮겼다. 수도권에 있을 당시 한국도로공사 본사가 제2 판교 테크노밸리 자리였다.

그 때 정부가 판교 테크노밸리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키우겠다며 전력투구한 결과, 그곳엔 넥슨 엔씨소프트 네이버 등 유수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제1 테크노밸리가 성공한 뒤, 도로공사가 김천으로 가자마자 바로 그곳에 제2 테크노밸리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전국 청년들이 희망하는 ‘꿈의 일터’ 판교 테크노밸리를 만든 것이다. 지방의 모든 청년들은 판교 테크노밸리에 가기를 희망한다는 말도 있다. 우수한 청년 인재를 모조리 흡수하는 ‘블랙홀’이 된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을 지난 14일 발표했다. 2차 이전 작업을 내년부터 착수한 다음, 2027년 선도기관부터 이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2차 이전 대상 기업은 대부분은 소규모 기업·연구소 등이지만 규모가 큰 곳도 꽤 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2차 이전 공공기관들이 본사를 옮기고 나면, 잽싸게 그 자리를 개발할 것이고 또 지방의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게 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수도권 초집중화를 부른 역설적인 정책인지도 모른다. 공공기관들을 지방에 내려보내니 가뜩이나 부족했던 수도권 개발부지가 넉넉하게 확보됐기 때문이다. 정책 결정권자들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을 만들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김덕준 세종취재부장 casiopea@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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