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안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안도현 (1961~)

북쪽에 눈이 오는지요?

저녁은 끓였는지요?

게사니들 대가리 주억거리듯

처마 끝에 청천벽력 눈이 오는지요?

양들에게 먹이 주듯 한밤중에 새끼 받듯

그 새끼에게 젖 물리듯 눈이 오는지요?

큰 산 벼랑에도 눈이 치는지요?

눈을 퍼서 가마솥에 끓이는지요?

마당귀 그 솥 안에도 캄캄하게 눈이 오는지요?

-시집 〈쓸데없이 눈부신 게 세상에는 있어요〉 (2025) 중에서

누구에게나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 전하지 못한 마음이 있습니다. 거위가 고개를 끄덕거리듯 양들이 새끼에게 젖을 물리듯 눈이 오는 날, 텅 빈 하늘이 하얗게 꿈틀거리는 날이면 더 깊어지는 그리움.

말주변이 없어 어떻게 인사를 건네야할지 미루다 놓치기 쉬운 안부. 인사치레 같고 때론 형식적인 것 같아 주저하게 되는 안부. 섣불리 건네기 머쓱한 안부.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하고 넘기기 쉬운 안부.

그러나 그곳의 날씨는 어떤지 혹은 밥은 먹었는지와 같은 가벼운 안부 속엔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한겨울 추위 잘 지내시길 바라는 기별.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 살아있는 모든것들에게 이 시를 빌어 평안하시길 전합니다. 안부를 받지 못한 누군가에게도 따듯한 마음 대신 전해봅니다. 신정민 시인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