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복량 세계 4위 한국, 하지만 위기 신호가…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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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복량 4위지만 신조 발주 부진에 노후화
친환경 전환 가속, 해외 항만 투자 늘려야
한국해양진흥공사, 공급망 진단 보고서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선복량 기준 세계 4위를 유지했지만, 신조 발주 부진과 선대 노후화 등 구조적 취약성이 누적되며 중장기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선박 전환 가속화와 해외 항만 인프라 투자 강화 및 공급망 다변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우리나라 해운항만 물류산업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중장기 발전 전략을 제시한 ‘대한민국 해상 공급망 종합 진단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최초로 △선대 △친환경 △벌크 항만물류 △컨테이너선 △컨테이너 터미널 △컨 박스 등 6개 분야를 망라해 주요 경쟁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선복량 7150만t으로 그리스, 중국, 일본에 이어 2021년부터 5년째 세계 4위였다. 세계 선복량 비중으로 중국 19% 그리스 18.4% 일본 11.1%에 이어 한국은 4.4%였다. 싱가포르(3.8%), 노르웨이(3.5%), 독일(3.1%), 대만(2.8%), 이탈리아(2.6%) 등이 바짝 뒤쫒았다.

문제는 한국이 현재 화물 적재 용량인 선복량은 많지만 새 배를 주문한 발주잔량이 1000만t으로 주요 10개국 중 7위에 그쳤다. 현존선 대비 발주잔량 비중은 10개국 중 꼴찌였다. 이 비중이 가장 높은 이탈리아가 신조선을 인도받으면 한국이 이탈리아에 밀려 선복량 5위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새 배를 짓지 않으면서 평균 선령이 높아지는 문제가 자연히 발생한다. 한국의 평균 선령은 22.3년으로 일본 16.2년, 중국 14.6년, 독일 19.8년 등에 비해 노후했다.

친환경 분야에서는 황산화물 정제장치인 스크러버 장착률 54.7%로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이나 암모니아 등 탄소 배출이 낮은 차세대 연료 선박 발주잔량 비율은 11.3%로 글로벌 평균(17.8%)에 못 미쳤고 경쟁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특히 65척의 차세대 연료 발주 선박 중 LNG 추진선이 46척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해 메탄올·암모니아 등 연료 다양화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벌크 항만물류 분야에서는 철광석 세계 3위, 곡물 4위, 원유 3위, LNG 3위 수입국임에도 해외 선적항 및 터미널에 대한 통제력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곡물 해외 터미널은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고, 확보된 터미널 활용률도 매우 낮았다.

컨테이너선 분야에서는 국적선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성과가 있었으나, 최근 10년간 선복량 증가세가 대만·일본 등 주요 경쟁국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향후 글로벌 점유율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컨테이너 터미널 분야에서는 해외 터미널 투자가 7곳(342만 TEU)에 그쳐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부분 소수 지분 참여 수준이라 운영권 확보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 전환 가속화 △전략 상선대 확대 △해외 항만 인프라 투자 강화 △공급망 다변화 등 분야별로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글로벌 해운시장이 지정학적 갈등, 기후변화 등 복합적 위기 속에서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번 보고서가 정부의 정책 수립과 업계의 경영전략 마련에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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