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신춘문예-동시 심사평] 보편적 소재 '비유의 힘'으로 승화
안미란 작가. 정대현 기자 jhyun@
박선미 작가. 정대현 기자 jhyun@
동시의 경우 급변하는 사회 현상보다 반려견이나 반려묘,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고, 시의 함축성이나 주제 의식이 결여된 작품이 많아 아쉬웠다.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인물인 작품이 많았는데, AI 공존 시대에 어떤 문제 제기나 환기를 준다기보다 기존 작품의 돌봄 주체였던 보호자들에게 기계적 탈만 씌우는 데 머물렀다.
동시는 ‘엄마의 머그컵’과 ‘할머니네 집 앞, 아니 이제 우리 집 앞 신호등’이 최종심에서 자웅을 겨루었다.
‘할머니네 집 앞, 아니 이제 우리 집 앞 신호등’은 건널목이라는 위험한 공간을 배경으로 엄마 손잡고 건너는 안전한 아이와 대비되는 화자를 내세워 “손잡고 다닐 엄마는 없지만요./아주머니보다 욕 잘하는 할머니가 있어요.”라고 새로운 가정 형태를 해학과 더불어 희망차게 묘사한 주제 의식이 감동을 주었다.
동화 최종심에서 숙고를 거듭한 작품은 ‘피하기 구하기’였다. ‘시소, 피구공, 아웃’ 등 적재적소에 상징적 요소를 배치하여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나와는 좀 다른 친구를 이해하고 그 친구의 처지에 놓이게 되자 겪는 갈등과 깨달음을 피구 경기라는 소재로 빼어나게 표현했다. 극적으로 치닫는 절정이 없이 평이한 서사지만 인물의 내면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고 깔끔한 문장으로 쓰인 수작이었다.
오랜 고심 끝에 당선작으로 동시 ‘엄마의 머그컵’을 선택했다. ‘엄마의 머그컵’은 컵을 깨뜨린 일상의 경험을 자신만의 이미지로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가 멋진 시로 승화될 수 있었던 것은 비유의 힘이었다. 깨진 조각은 “상어 이빨이 번뜩이는/무서운 바다”가 되었고, 맨발로 서 있는 나를 염려한 엄마가 발밑에 깔아준 수건은 “내가 디딜 수 있는//작은 섬 하나”가 된 은유의 연쇄가 주제로 연결되어 시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함께 보내온 6편에서 엿볼 수 있는 재능과 역량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데 믿음을 주었다. 앞으로 우리 동시단의 큰 나무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심사위원: 박선미 작가, 안미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