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신춘문예-평론 심사평] 주제 정교하게 탐색해 나가는 문장, 논리적 힘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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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일 교수. 정대현 기자 jhyun@ 하상일 교수. 정대현 기자 jhyun@

예년에 비해 많은 53편의 평론이 응모된 점은 무척 고무적이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평론의 요건과 구조를 갖추지 못했거나 학술 논문의 틀에 갇혀 있는 글이 많아 우선 논외로 가려내었다. 최종적으로 논의 대상에 오른 평론은 ‘노년의 시, 선과 존재론적 회복’, ‘미끄러지는 기표의 시각적 구현과 반어적 효과’, ‘실존의 침묵에 맞서는 재현의 윤리’, ‘불가능의 미지를 향한 시적 탐구’ 등 4편이었다. 전체 응모에서 영화를 대상으로 삼은 것이 두 배 정도 많은 점에 비추어 영화평론 3편, 문학평론 1편이 남았다.

여러 차례 숙고를 거듭한 끝에 주제의 참신성이나 문장의 정교함에 비추어 작품 해설을 해석의 단계로까지 끌어올리는데 다소 미흡하다고 판단한 앞의 두 편을 제외했다. 남은 두 편은 각각 영화와 문학이라는 다른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선뜻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불가능의 미지를 향한 시적 탐구’는 서대경의 시에 나타난 도시 산책자의 환상적 구조와 감각의 반란을 통한 불가능성의 세계에 주목하였다. 미시적으로 읽어내는 분석력이 돋보였지만, 평자만의 독창적인 해석과 새로운 문제의식을 제시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아쉬웠다. ‘실존의 침묵에 맞서는 재현의 윤리’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의 파시즘과 인종 학살을 다룬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실재의 허구성과 재현 불가능성에 주목하여 전쟁이 남긴 실존의 침묵과 윤리를 집요하게 탐색했다. 특히 영화적 인물의 행위와 카메라의 기법을 연결하여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유기적으로 만나는 지점을 정교하게 들여다보고 있어서 비평의 힘이 느껴졌다.다만 거시적 통찰로부터 시작된 논의가 미시적 해석으로 치우친 점, 이론에 다소 이끌려 가는 해석이 눈에 띄어 아쉬움이 남았다.

두 편 중 하나의 주제를 정교하게 탐색해 나가는 문장과 이를 구조적으로 완성해 나가는 논리적 힘이 상대적으로 돋보인 판단된 ‘실존의 침묵에 맞서는 재현의 윤리’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하상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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