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신춘문예-평론 당선 소감] "제 고민·생각 충실히… 어디엔가 닿으면 좋겠습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형식


김형식 평론 당선자. 이재찬 기자 chan@ 김형식 평론 당선자. 이재찬 기자 chan@

“글 잘 쓰네.” 언젠가 제 글을 읽은 지인이 말했습니다. 과분한 칭찬에 기쁘고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함과 함께 부끄러운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스스로 글을 ‘잘 쓴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걸 바라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 쓴’ 글이란 무엇일까요? 진중한 주제 의식, 안정적인 문체, 독창적 관점, 논리적 정합성 등 여러 요소로 규정될 수 있을 테지요. 하지만 당시의 저에게 글을 잘 쓴다는 말은 테크닉에 대한 칭찬처럼 들렸던 거 같습니다. 열병처럼 뜨거웠던 고민의 과정이, 쓰기 위해 앓던 시간이, 누웠다가도 고치러 달려가던 순간이, 마치 ‘잘’이라는 한 음절 안에서 휘발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에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잘 쓴다는 칭찬보다 질문하거나 혹은 반박해 주길 바랐습니다. 누군가와 생각과 의견을 나누며 고민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글을 잘 쓰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글을 쓸 때면 멋지게 잘 쓰려 애쓰기보다는 저의 고민과 생각을 충실히 전달하여 어디엔가 닿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습니다. 만나는 영화와 글이, 사람이, 소식이 저에게 깨달음과 숙제를 동시에 가져다줍니다. 때로는 숙고를 요하고, 때로는 긴급한 요청처럼 다가옵니다. 망설이는 데 익숙하지만, 이번 글은 토해내듯 썼던 거 같습니다. 심사위원께서 부족한 글을 좋게 봐주신 건, 아마도 잘 쓴 글이라서가 아니라 제 고민에 공감해 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제나 응원해 주는 가족, 읽고 쓰는 법을 알려주신 박명진 교수님을 비롯한 은사님들, 그리고 미처 언급하지 못한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앞으로 많이 보고, 끈질기게 읽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묵묵히 쓰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글 잘 쓰네.”라는 칭찬에 조금은 덜 부끄러워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약력: 경기도 시흥 출생. 2024년 중앙대 문화연구학과 박사 졸업. 이메일 noahs.k@outlook.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