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신춘문예-시조 당선 소감] "경이로운 순간 더 자주 만나게 정진"
최애경
동네 야산을 자주 오릅니다. 어떤 날은 평소와는 다르게 내려오던 길로 산을 오를 때가 있습니다. 마지막은 내리막이라 기분 좋게 산행이 끝내던 길을 초입에서 가파른 경사로 만납니다. 그럴 때면 껍질이 반지르르하고 늠름한 소나무의 옆구리에 보이지 않던 깊은 옹이가 보입니다. 익숙한 풍경인가 싶었는데 찬찬히 보면 낯설기도 하고, 거기 서 있는 나무며 이름 모를 풀들에 스쳐간 상처들도 보입니다. 산을 내려올 때면 시의 길이 이러하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학창 시절에 배운 고시조의 가락과 편안한 호흡이 참 좋았습니다. 시어는 간결했지만 사유는 깊었습니다. 현대시조를 배우면서 시조라는 단정하고 품격 있는 형식 속에 흩어진 생각들을 어떻게 다듬어 넣을까를 무척 고민했습니다. 참 많이 더듬거렸고 넘어졌지만 언젠가는 시조가 제게 손을 내미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오늘처럼 말입니다.
눈치 빠른 아이에서 배려하는 어른으로 살아오는 동안 오래 눌린 말들이 하나씩 올라와서 미리 자리 만들어 비워 놓은 듯이 꼭 맞는 시어가 되는 환희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시조가 나에게 주는 경이로운 순간과 더 자주 만나도록 더 많은 시간을 헤매고 내 안의 부끄러움과 마주하겠습니다.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아직 덜 여문 제 작품을 뽑아주신 <부산일보>와 심사위원님께 마음 담아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언제나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어준 문우님들 감사합니다. 엄마로서 온전하게 있어 주지 못하고 항상 무엇인가에 도전하느라 허둥댔지만 꿈을 잃지 않으면 결국에는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 줄 수 있어 기쁩니다. 언젠가는 딸의 시집을 읽고 싶어 하시는 어머니와, 혼자가 아니도록 곁에서 따스하게 다독여준 소중한 가족들과 이 기쁨을 함께하겠습니다.
약력: 대구 출생, 2025 중앙일보 신춘 시조 대상, 2023 노산시조문학 입상, 2023 청풍명월 입상. 이메일 kung9516@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