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해 벽두 이 대통령 중국 방문 실용 외교 성과 이루길
미중 패권 경쟁 속, 실용 외교 시험대
무역적자, 한한령 문제 해결 등 기대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벽두부터 외교 지형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취임 후 첫 방중이자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이후 9년 만의 국빈 방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은 지난해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첫 한중 정상회담에 이은 두 번째 만남이다. 두 달 전 양 정상이 관계 복원에 합의한 만큼 경제·민생 분야에서 성과를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냉온탕을 오간 한중 관계를 감안하면 이견 가능성 역시 만만치 않다. 두 달 전 정상회담이 한중 관계 복원의 출발선이었다면 이번 만남은 양국 관계를 안정적 발전 궤도에 올려놓을 시험대다.
이번 방중은 미중 패권 경쟁이 군사·안보는 물론 첨단 기술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뤄진다. 한국 외교는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 속에 놓여 있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설 수는 없다. 정부가 강조해 온 실용 외교가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험대에 오른 이유다. 방중에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통화하며 의제를 조율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역대 한중 정상회담은 미중 관계와 대북 정책에 연동돼 왔다. 그렇기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역시 북핵 억제를 위한 자위적 선택이지만 중국은 이를 역내 군비 경쟁의 신호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핵잠 도입 목적이 자위적 선택임을 분명히 해 불필요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보다 분명한 성적표가 요구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급증했던 교역은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대중 무역적자도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은 더 이상 값싼 중간재 공급처에 머물지 않는다. 서비스와 투자로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공급망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협상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 200여 명에 이르는 경제사절단이 동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한령 문제 역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해 온 비공식 조치가 한국 문화·관광 산업에 남긴 상처는 분명하다. 문화 교류의 정상화는 양국 국민이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는 한중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북아 질서와 미중 관계 속에서 한국이 외교 좌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가늠하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새해 첫 정상외교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그간 한중 관계는 정부에 따라 널을 뛰었다. 지나친 저자세는 미국의 불신을 낳았고, 불필요한 갈등은 관계 경색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미중의 틈바구니에서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좌표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일관성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안보에서는 국익의 마지노선을 분명히 지키고, 경제와 민생에서는 실질적 성과를 내는 균형 감각을 보여야 한다. 새해 벽두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실용 외교의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