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담배 소송 항소심, 국민 건강의 기업 책임 기준 다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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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장

오는 15일 예정된 담배 소송 항소심 선고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이 재판은 단순한 손해배상 소송을 넘어, 국민의 건강권을 사회가 어떻게 보호하고, 그 비용을 어떤 원칙으로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판단의 계기가 될 것이다. 담배가 폐암과 후두암 등 중증질환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어 있다. 의료 현장에서 흡연을 주요 원인으로 하는 질병 치료가 더 이상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질병 치료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이 현재 어떤 구조 속에서 부담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흡연으로 발생한 질병 치료비의 상당 부분은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지출되고 있다. 이 재정은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 모두가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로 조성된다. 다시 말해 특정 제품으로 인해 발생한 건강 피해의 비용이 사회 전체, 그리고 미래세대에까지 분산되고 있는 구조다.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이 구조를 더 이상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담배의 중독성과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만들어진 제품이 장기간 판매되어 온 구조적 문제를 사회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에서다. 이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공적 의료보장제도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하고 기업의 국민 건강에 대한 윤리의식과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청년과 미래세대의 부담과 직결된다. 지금의 판단이 향후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과 보험료 구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원인과 비용의 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어 다음 세대가 떠안게 된다. 이는 세대 간 형평성의 문제이자,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건강권의 관점에서도 이번 항소심은 의미가 크다. 담배는 오랜 기간 젊은 층을 주요 소비 대상으로 삼아 왔고, 중독 위험을 알리지 않은 채 만들어진 제품과 마케팅은 새로운 흡연자를 만들어 왔다.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의 책임 기준과 국민 건강보호 정책의 방향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재정 현황을 보더라도 이 문제는 추상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흡연으로 인한 폐암·후두암 등 중증질환 치료에 2023년 기준 3조 8000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었다. 흡연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는 질병에 사용되는 재원이 늘어날수록, 필수 의료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재정 여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는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결국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한 국민적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담배 소송을 지지하며 진행된 서명 캠페인에는 약 150만 명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는 단순한 찬반의 표시를 넘어,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와 그 비용 부담 구조를 더 이상 공공 재정이나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둘 것이 아니라, 담배의 중독성과 위험성을 알고도 제품을 생산·판매해 온 담배 제조사 역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국민 다수의 이러한 인식은 건강보험제도가 지향해야 할 공공성과 책임의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다가오는 항소심 판결은 건강보험제도가 앞으로도 국민의 신뢰 속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모두가 납부한 보험료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기대해 본다. 그 판단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한 걸음 더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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