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금융포커스] 연임 논란, 다시 관치의 그림자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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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부 차장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관행을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직격한 이재명 대통령 발언 이후 금융권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융지주에 대한 검사 착수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설립을 예고했다. 다만 개편 방향이 자칫 정부 영향력 확대로 흐를 경우, 또 다른 ‘관치금융’ 논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 자체를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회장들의 연임 시도와 성공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져 온 것도 사실이다. 현직 회장이 재임 중 선임한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다시 그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투명성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지적은 필요했고, 오히려 늦은 감마저 있다.

문제는 방식이다. 정부는 개별 금융사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 사외이사 구성의 정합성을 높이고 최고경영자(CEO) 자격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공개 발언 직후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과거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곧바로 특정 금융지주를 겨냥한 고강도 검사에 나선 장면은, 예전처럼 노골적인 낙하산 인사는 아니더라도 지배구조에 대한 사실상의 압박으로 금융권이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서 국민연금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구상까지 내놓으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대주주 지위를 활용한 주주권 행사라는 설명에도, 금융지주 인사에 정부가 직접 개입할 여지를 넓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관치 논란이 인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당정은 은행에 보이스피싱 피해금 배상을 요구한 데 이어 전세사기 피해보증금 부담까지 금융권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새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을 위한 각종 출연금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경영 판단보다 정책 부담이 앞서는 구조로 비칠 수밖에 없다.

금융산업이 공공성이 강한 게 사실이다. 주인이 분산돼 있는 구조상 책임 경영과 지배구조 투명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관치금융이 인사는 물론 경영 전반을 좌우하면, 금융사는 혁신과 소비자 보호보다 정책 눈치 보기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누가 회장이 되느냐’가 아니라 ‘회장의 권한이 제대로 견제·통제되느냐’에 맞춰져야 한다. 특정 인사나 회사를 겨냥한 개입이 아니라, 제도가 일관되게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관치금융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제는 금융당국 스스로를 돌아볼 시점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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