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변화하는 바다, 새로운 안전 기준 설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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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한국해양교통공단 이사장

톤수 제한에도 어구·어획물 적재 경쟁
길고 좁고 낮은 어선 양산 복원력 문제
선형 개발·데이터 관리 체계 공급 병행을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일부 업종에 대해 38년 만에 선복량 상한제도를 폐지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총허용어획량(TAC) 제도가 정착된 대형선망, 근해연승, 근해채낚기 업종이 그 대상이다.

어업 자원은 인풋(Input) 규제와 아웃풋(Output) 규제로 구분된다. 어선의 크기나 사용할 수 있는 어구를 제한하는 어획 노력 제한이 전자에 해당하며, TAC, 금어기, 금지 체장 등이 후자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인풋 규제가 중심이고 아웃풋 규제는 보조적 수단에 그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웃풋 규제의 이행과 감독을 위해서 규제자 입장에서 많은 노력과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한일, 한중 어업협정 체결 이전, 충분한 어장이 있거나 어업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던 시절에는 이러한 규제 프레임이 어느 정도 작동되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자원의 급격한 변동,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규제나 수산 보조금에 대한 국제 규제가 강화되는 요즘, 어업 규제의 재설계는 필수적이고 앞서 말한 선복량 상한제 폐지는 그 시작으로 판단된다.

어업 규제 재설계 논의 과정에서 핵심은 공유재인 어업 자원의 효율적 관리이겠으나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어업인의 안전이다. 우리나라는 연안 어선과 근해 어선을 총톤수 10톤을 경계로 구분하고 있고, 업종별로 상한선은 물론 개별 어선의 대체 건조 시 증톤을 제한하고 있다. 톤수는 일반 시민들께서 생각하듯이 무게 개념이 아니라 부피 개념인데 이것이 어업 현장에서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경쟁적인 조업 환경에서 어업인들은 더 빠르고 더 많은 어구와 어획물을 실을 수 있는 어선을 원한다. 어선의 톤수(부피)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어선은 길어지고 폭은 좁아지며 깊이는 낮아진다. 선원실 등 어선원의 복지 공간은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증톤이 제한되고 일부는 오히려 톤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십 년 된 어선이 그대로 운용된다.

여러 연구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의 어선은 흔히 어업 선진국이라 불리는 노르웨이 등 유럽 어선은 물론 비슷한 규제 환경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 어선에 비해서도 전장은 길고 깊이는 낮은 기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안전 측면에서 이러한 현상이 무엇을 의미할까? 파도 등 외력에 의해 기울어진 선박이 원래의 평형 상태로 되돌아오는 복원성이 떨어지는 어선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는 수산자원의 변동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바다도 해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선박 출항 통제 기준이 되는 풍랑 특보 발효 건수의 경우 2015년 459건이던 것이 2024년 92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맑은 날씨에 갑자기 집채만한 파도가 들이닥치는 등 이상 기상 현상을 호소하는 현장 어업인들도 많아졌다. 현장의 변화는 서류상 통계 이상으로 크다. 정부도 물론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복원성 심사 대상 어선을 현재 선체 길이 24m 이상에서 12m 이상으로 확대하고 구명조끼 보급과 착용 의무화 대상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복원성 대상이 12m 이상까지 확대될 경우 대상 어선은 현재 약 1000척에서 1만 척 이상으로 10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대비 소형 어선에 적합한 과학적인 복원성 기준을 만드는 것과는 별개로 이러한 정책이 현장에 안착하고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몇 가지 고려 사항이 있다.

첫째, 현재의 톤수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길이 기준으로 변경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현 정부 정책을 TAC 확대를 전제로 한 선복량 상한 폐지 등으로 이해할 때, 어선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안 어선의 경우 적용 대상이 되기 어렵다. 새로운 복원성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공간은 톤수에서 제외하는 등 점진적인 규제 개선은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어업 수익과 비용을 고려한 경제적인 선형이 제시돼야 한다. 낚시 어선의 고마력 기관 설치 경쟁에서 보듯이 TAC에 근거한 톤수 규제 완화 시 일부이겠지만 과잉 투자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전통적 감(感)에 의존한 어선 관리를 데이터에 입각한 과학적 관리로 전환할 수 있는 도구를 어업인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규제 완화와 새로운 어선이 제공되더라도 고령화와 어선원 부족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국내 유일의 어선 검사 대행 기관으로서, 거칠어진 바다와 줄어든 어업 자원 속에서 사투를 이어가는 어업인들의 생업을 지탱하는 것 또한 공단의 사명 중 하나이다. 현장과 정책을 이어가는 가교로서 공단은 변화된 바다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안전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그 역할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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