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학 공모전-중등부 해양수필 우수상] 해안선을 향해 가는 파도처럼 우리는 / 조지원
지난 여름 방학, 우리 가족은 매주 토요일마다 바다에 갔다. 고속도로에서는 질서가 맞춰진 줄을 지키고, 신호가 걸릴 때는 차례를 지켰다. 다른 차들과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며 도시와는 떨어진 바다에 갔다. 아침의 바다는 새 조명을 단 교실처럼 눈부셨고, 석양의 바다는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면 주황빛 조명으로 쨍하게 밝아진 우리 집 거실 같았고, 밤의 바다는 불이 다 꺼져 휴대폰만 켜져있는 내 방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우리는 정해진 시간 없이 되는 대로 바다를 찾아갔다. 바다는 보면 볼수록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닮은 점이 있어서 질리지 않았고, 그 닮음을 찾아내는 일은 오히려 재미있었다. 부모님이 아무 탈 없이 자극없는 바다를 매주 찾은 이유도 어쩌면 그것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얼마 전 엄마와 나눈 이야기 때문이었다.
엄마와 나는 모래 위 파도가 사라지는 그 끝자락에서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가 바다 멀리 한 곳을 손으로 짚으면서 내게 말했다. "저기 내가 짚은 한 곳 보이지? 저길 보렴. 한 줌에 파도가 몰려와서 우리 신발 끝에서 흩어져 사라질 거야." 엄마의 말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였다. 중간에 파도를 가로막는 큰 바위가 없는 이상 그 파도는 우리에게로 올 수 밖에 없었고 말대로 그곳을 지나 몰려오던 파도는 우리 발끝에서 사라졌다. 엄마의 당연한 말이 웃겼던 난 장난섞인 대답으로 되받아쳤다. "그러게 저 파도가 갑자기 펑 하고 사라지지 않고 결국 내 신발 끝자락까지 와버렸네." 엄마도 웃음을 지었지만, 다음 엄마의 말은 날 정말 의아하게 했다. "맞지, 정말 당연한 말이지. 하지만 저 파도는 저 멀리 보이지도 않는 시작점에서 우리에게 오기 위해 시작된 거야.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다른 파도의 물결선 또한 우리 앞에 도착하기 위해 시작한 거야. 한 줄이 되어서 이 모래 해변에 도착하기 위한 여정을 한거지. 그리고 결국 목표를 이루고 사라졌어. 대단하고 신기하지 않아?" 엄마의 말을 들은 나는 표정은 덤덤했지만, 생각이 깊어졌다. 당연하게만 생각해 왔던 파도의 움직임. 그것의 이유를 살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 파도는 정말로 우리 앞에서 사라졌고 파도가 생각을 가지고 이동한 것은 아니겠지만 거기엔 정확한 목표 지점이 있었다. 정말이지 경이로운 생각이었다. 우리 가족은 그 바다가 보이는 상가건물 8층 정도에 있는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난 거기서도 그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본 바다는 모래 해변에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넓어 보였고,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거기서 본 파도의 물결선은 목을 옆으로 끝까지 돌려봐도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져 있었다. 만약 그 파도 물결선에서 어디 한 곳이라도 사라진다면 그 파도의 물결선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채 결국 파도가 아니게 되고 사라진다. 그리고 그 뒤에 연이어 오는 파도마저도 앞에 파도가 없어졌기에 사라진다. 그 파도는 나 그리고 모두를 닮아있다. 그리고 사회를 닮아있다. 나는 사회의 작은 한 존재지만 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움직인다. 만약 내가 엄마한테 아침 메뉴가 맛있었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엄마는 자신의 잘하는 요리를 알지 못했을 것이고, 우리 아빠의 운전이 교통 질서를 지키지 않았더라면 뒷차들은 골치를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이 글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평가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우린 하나의 목표를 두고 각각의 파도가 되어 살아간다. 사회라는 바다 속에서 우리의 파동은 크든 작든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쓸모없는 존재는 없고, 영향력은 모두가 가진 힘이다. 이 힘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서로의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받는다. 나 또한 그렇고, 너 또한 그렇다. 하지만 요즘 내 또래들은 경험이 부족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신감을 잃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들을 보면 그들에게 더 좋은 영향력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러나 미래에 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현실 속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는다면, 비로소 자신의 영향력을 알고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다. 우린 파도와 같은 존재이니, 자신 또한 이 사회의 한 부분임을 잊지 말자.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목표로 나아가는 파도가 되자. 평화로운 바다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