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 양성을" 인문계 응원 나선 기부천사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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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에 익명 2인 8000만 원 쾌척
둘 다 ‘사회과학대학 특정’해서 기부
세제 혜택 마다하고 "대학 본질 회복"
인제대 "메시지 울림 커 학생에 공개"

인제대학교 발전기금 명예의 전당. 인제대 제공 인제대학교 발전기금 명예의 전당. 인제대 제공

동장군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연말 경남 김해시 인제대학교에 온기가 감돌았다. 익명의 기부 천사들이 잇따라 ‘사회과학대학을 특정해’ 거액을 쾌척한 것이다.

이공계 선호 현상 속으로 날로 움츠러드는 인문계 캠퍼스에 이들은 “교양인을 양성해 달라”라는 희망찬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6일 인제대학교에 따르면 최근 기부자 2명이 대학 본부에 각각 발전 기금 5000만 원과 3000만 원, 총 8000만 원을 전달했다. 이들은 기부 사실이 외부로 알리지 않기 위해 세제 혜택조차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부자가 남긴 것은 오직 대학 홈페이지에 게시된 짤막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뿐이었다.

5000만 원을 전달한 기부자 A 씨는 대학이 처한 서글픈 자화상을 꼬집었다.

A 씨는 “대학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대학이 단순한 취업 준비 기관으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라며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교양인을 양성하는 게 교육의 본질이고, 이 본질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을 보탠다”라고 적었다.

기부자 B 씨의 사연은 더욱 각별하다.

평생을 일터에서 보내며 대학 교육을 ‘사치’로 여겼다는 B 씨는 3000만 원을 쾌척하며 자녀를 통해 목격한 교육의 힘을 증언했다.

B 씨는 “가난을 이기기 위해 일찍부터 일해야 했던 나에게 대학은 먼 곳에 있었다”라며 “인제대를 졸업한 자녀가 삶의 의미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무게감 있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이래서 대학에 다녀야 하는구나’라는 사실을 체감했다”라고 되레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삶의 의미를 묻을 줄 알고, 어떤 사람이 될지 고민하는 학생들을 배출해 달라는 게 B 씨의 당부다.

인제대는 기술과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에 대한 성찰을 중시하는 인문학적 소양이 인재의 핵심 역량이 되어야 한다는 기부자들의 통찰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인제대 측은 “신원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기부자들의 간곡한 요청에도 그들이 남긴 메시지가 주는 울림이 너무 커 내용을 학교 구성원들과 공유하게 됐다”라며 “학생들이 삶의 무게감을 아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혁신에 더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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