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했지만 ‘고가요금제’ 쏠림 심화…소비자 절반 “요금제 비싸다”
소비자 40% 여전히 무제한요금제 사용
무제한요금제 선택 소비자 절반 ‘과잉요금’
실제 데이터사용량은 100GB 미만 불과
이통사 할인·혜택 고가요금제에 집중
“요금제 단순화하고 단말기 구매와 분리해야"
지난해 7월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여전히 고가요금제에 혜택이 집중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연합뉴스
*소비자 1000명 대상 인식도 조사 결과. 한국소비자연맹 제공
지난해 7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이후에도 여전히 고가요금제에 혜택이 집중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통법 폐지로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이 촉진되고 가계통신비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혜택은 매우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단말기와 통신요금을 분리하고, 통신요금제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시장 변화와 체감을 살펴보기 위해 작년 10월 전국 성인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동통신 이용 실태·단통법 인식도 조사’ 결과를 8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40.4%는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 중 절반이 넘는 54.5%(‘0~20GB 미만’ 23.0%, ‘20~60GB 미만’ 12.4%, ‘60~100GB 미만’ 19.1%)는 실제 데이터 사용량이 100GB(기가바이트) 미만에 불과했고, 300GB 이상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22.8%에 그쳤다.
실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요금제의 월 데이터 제공량은 ‘무제한’이 40.4%로 가장 많았다. 60GB 미만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도 42.4%(‘0~20GB 미만’ 31.9%, ‘20~60GB 미만' 10.5%)로 무제한 요금제 사용하는 비율과 비슷했다. 낮은 데이터 제공량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와 많은 데이터 제공량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로 양분화되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의 데이터 실제 사용량을 보면 '0∼20GB 미만'이 44.4%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60GB 미만'이 18.4%로 뒤를 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과반인 62.8%가 실제 데이터 사용량이 60GB 미만에 그친 셈이다. ‘60~100GB 미만’ 사용자는 3.4%였다. ‘100~200GB 미만’은 13.1%, ‘200~300GB 미만’은 4.3%, ‘300GB 이상’은 13.6%였다.
소비자들의 데이터 실사용량 평균은 95.43GB였으나, 중앙값은 28GB였다.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 및 실제 데이터 제공량. 한국소비자연맹 제공
소비자들은 요금제 선택 때 가격(57.3%)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하면서도, 현재 이용 중인 요금제의 서비스 대비 가격 수준이 '비싸다'(46.8%)고 답했다. ‘싸다’는 응답은 13.8%, ‘보통’이란 답은 39.4%였다.
소비자연맹은 "소비자들이 요금제 구조 때문에 실제 데이터 사용량보다 많은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고가 요금제 중심의 할인구조, 복잡하고 불투명한 요금제가 소비자가 필요나 선호도에 반해 고가 요금제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통신시장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과제로 △단말기 가격 투명성 (24.5%) △요금제 구조 단순화(21.5%) △단말기 및 요금제 완전 분리(13.7%) △약정 및 위약금 제도 개선(12.8%) 등을 꼽았다.
소비자연맹은 "고가요금제 중심의 할인 구조, 복잡하고 불투명한 요금제 설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가계의 통신비 부담 완화는 어렵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에 단말기와 통신 요금의 분리, 통신요금제 단순화, 가격·할인 구조의 투명성 강화, 불완전 판매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11년 동안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 시장을 규제해온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지난해 7월 22일 공식 폐지됐다. 이에따라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가 사라지고 공시지원금의 15% 한도로 제한됐던 추가지원금 상한도 없어졌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