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지역소멸 위기 극복하려면, 생활·관계인구 늘려야”
한경협·日 경단련·동서대 주최
지역 발전·민생 파트너십 세미나
거주자 외 지역 활동 인구 확대
인구 유출 방지 일자리 구조 논의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내빈들이 지난 16일 부산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한국경제인협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종합정책연구소, 동서대학교가 공동으로 개최한 '지역 발전과 한·일 민생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 다섯 번째부터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하라 이치로 경단련 상무,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장제국 동서대 총장,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 성희엽 부산시 부시장. 한경협 제공
한국과 일본의 경제인 단체가 부산 동서대에 모여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16일 부산 동서대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종합정책연구소, 동서대와 공동으로 ‘지역 발전과 한일 민생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한경협 김창범 상근부회장은 “한국은 인구감소지역이 89개에 달하며, 일본 역시 지역사회의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곳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지역의 산업을 발전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이 저출생, 고령화, 국토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면서, “지방 소멸을 먼저 경험한 일본과 지역의 미래에 대한 해법을 고민 중인 한국이 협력해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방안을 만들어가자”고 밝혔다.
하라 이치로 일본 경단련 상무는 “이번 세미나는 지역 활성화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경제단체 간 협력을 강화하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장기적 발전 기반을 마련한다는 세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화답했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부산·후쿠오카 포럼’을 통해 두 도시를 하나의 경제, 생활권으로 묶어보자는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인구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 그리고 한일 양국의 협력이 어우러져야 할 과제로써, 오늘 이 자리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성희엽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은 “부산은 과감한 규제 개선을 통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고 있으며, 정주 인구와 생활인구가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고, 양재생 부산 상공회의소 회장은 “부산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해양수도로, 한일 협력 모델을 확산시킬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라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일 양국의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진단부터 지역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 향후 한일 협력 방향 등이 논의됐다. ‘인구감소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세현 부산연구원 인구전략연구센터장은 인구가 줄어드는 축소 사회를 전제로 지역의 경제·생활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순 거주 개념을 넘어 통근, 통학자 등 체류인구, 외국인 등록인구 등을 포괄하는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한일의 수도권(도쿄권) 집중 문제를 ‘위기의 데칼코마니’로 표현하며, 지역 기업과 대학을 연계한 채용 파트너십 구축(‘미래 인재 크로스보더’), 외국인 인재 선발을 위한 비자 제도 개선 공동연구, 부울경~일본 규슈를 잇는 초국경 메가시티 구축 등을 한일 협력 어젠다로 제시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후지나미 타쿠미 일본종합연구소(JRI) 수석연구원은 일본 도쿄권의 인구 집중 현상을 지적했다. 후지타미 연구원은 일본이 2015년부터 도쿄 일극 집중의 완화, 젊은 세대의 취업, 결혼, 육아 실현 등을 도모하는 ‘지방창생’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IT 등 고급 인재의 신입 채용이 여전히 도쿄권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혼과 이주 지원에 초점을 둔 정책만으로는 지역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며, 지역경제와 고용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이주하지는 않더라도 지역 내에서 활동하며 교류하는 ‘관계인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사례 발표를 중심으로 한 두 번째 세션에서는 유통·관광·제조·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의 지역 활성화 실천 사례들이 공유됐다. 김재권 롯데지주 지역협력팀장 겸 상무는 지역 활성화의 핵심은 지역을 ‘느끼고 기억하게 하는’ 소비와 문화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유통과 문화, 관광을 결합한 인프라 투자’ 사례로 부산 오페라하우스와 영도대교 건립을 위한 기부, 부산 롯데월드 어드벤처 오픈, 부산 강서구 자동화 물류센터 투자 등을 소개했다.
후지사키 료이치 ANA(All Nippon Airways) 종합연구소 지역연계부장 겸 이사는 해외 비즈니스 스쿨과 연계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제안 프로그램, 에도시대 물류망이었던 기타마에센 기항지를 활용한 지자체 중심의 도시 홍보 포럼, 청년층의 지역 취업 체험 등 ANA그룹의 다양한 지역 연계 활동을 소개했다.
이민걸 ㈜파나시아 대표이사는 사람을 ‘데려오는’ 정책보다 사람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이사는 스마트팩토리와 직무 고도화를 통해 지방에서도 대기업·글로벌 수준의 커리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발표자인 사사이 유코 ‘피아 종합연구소’ 이사 겸 소장은 방문, 체류 수요를 확대하는 ‘집객형’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연장 인근 호텔과 연계한 숙박 패키지 판매, 공식 캐릭터를 활용한 포토스팟 운영 등 공연과 콘텐츠를 결합해 공연 이후에도 관람객이 지역에 머물도록 유도한 ‘피아’의 아레나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종합 토론에서는 장제국 동서대 총장과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가 공동 좌장을 맡고, 김현석 부산대 경제통상대학 학장과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논평자로 참석해 한일 지역협력의 방향과 과제를 논의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