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80대 노인 합격자 배출… 배움엔 나이 상관 없어요”
한병철 씨, 4년간 복지관 강사 활동
어르신 40여 명 검정고시 합격 시켜
학습 관리와 정서적 지지 등 도맡아
정부·지자체 교육 지원 강화 지적도
한병철(오른쪽) 씨가 부산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검정고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
부산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초·중·고 검정고시를 모두 통과한 고령 합격생들이 잇따라 배출됐다. 배움에 남다른 열정을 보인 이들의 뒤에는 복지관 검정고시 수업을 맡고 있는 한병철 씨가 있다.
부산시노인종합복지관에 따르면 지난해 복지관 검정고시 수업 수강생 중 초·중·고등학교 검정고시 합격자 2명이 나왔다. 각각 81세, 79세의 고령이다. 이들은 모두 2년 가까이 한 씨의 수업을 들었던 어르신 제자들이다.
지난 4년 동안 한 씨를 거쳐 검정고시에 합격한 복지관 어르신들은 모두 43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25명(초등 3명·중등 12명·고등 10명)이 합격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로 대학에 진학한 인원만 해도 6명이다.
한 씨는 하루 평균 9시간, 주 36시간가량을 강의한다. 복지관에서 근로시간으로 공식 인정하는 수업 시간(주 12시간)을 훌쩍 넘기지만, 5년째 일정 금액의 보수만 받으며 재능기부 형식으로 강의를 이어 가고 있다.
30년간 학원업계에 몸 담았던 그는 경제적 어려움과 열악한 학습 환경에 놓인 고령 학습자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학습 관리부터 정서적 지지까지 도맡고 있다.
부산시노인종합복지관 박은채 관장은 “어르신들에게 검정고시는 단순한 시험이 아닌 자존심 회복과 자기계발의 기회”라며 “열정 가득한 강사님의 헌신적인 지도 덕분에 어르신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복지관에서 검정고시 교육은 활성화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부산만 해도 복지관에서 초·중·고 검정고시 과정을 모두 가르치는 강사가 거의 없고, 이를 지원하는 복지관 자체 예산도 부족한 실정이다.
한 씨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강의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로 부모님을 들었다. 한 씨는 “저의 부모님 역시 배움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분이었다”며 “지난 30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면, 이제는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돌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만학도들의 학업 열정을 위해 재능 기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을 위한 지원 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 씨는 “복지관 예산이 넉넉지 않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지원이 거의 없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더 많은 어르신들이 배움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학습 환경과 교육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