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적 중도매인 연대보증제도 없애야”
연대보증 있어야 경매 자격 부여
잇단 파산에 보증인들까지 피해
어시장·중도매인協 개선 논의
객관적 신용 증명 방안 마련해야
부산공동어시장의 구시대적인 연대보증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장에서 중도매인들이 경매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전국 최대 수산물 산지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의 전 대표 구속까지 부른 ‘중도매인 대금 미수금’ 사태(부산일보 2025년 4월 11일 자 8면 등 보도)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중도매인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서로 보증을 선 중도매인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연대보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과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회(이하 중도매인협회)는 중도매인이 어시장 경매 자격을 얻기 위해 중도매인 2명이 보증을 서도록 하는 ‘연대보증’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에 돌입했다고 21일 밝혔다. 어시장은 1인당 5000만 원씩 보증을 반드시 서도록 하고 있으며, 중도매인은 연대보증인이 없으면 어시장으로부터 경매 자격을 얻을 수 없다. 수산업 불황으로 중도매인들의 파산이 현실화하면서, 이들에게 보증을 선 중도매인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연대보증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중도매인협회 측과 연대보증을 선 중도매인들 간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중도매인 A 씨는 자신이 보증을 선 중도매인 B 씨가 2024년 어시장의 어대금을 갚지 못하고 협회를 탈퇴했다는 소식을 듣고, 협회에 예치된 보증금 명목의 B 씨의 돈이라도 받기 위해 협회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B 씨는 협회에 있는 이 돈을 받아간 뒤였다. 협회 탈퇴 시 연대보증인과 동행해 돈을 받아가는 게 관례인데, A 씨는 협회로부터 이에 대한 내용을 고지받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협회 측은 “B 씨가 파산신청을 한 사실도 몰랐고,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고 이 돈은 B 씨 돈이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며 “모든 중도매인들의 연대보증인을 일일이 기억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A 씨는 “매년 연대보증인을 갱신을 하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는 구조다”며 “협회가 협회 돈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협회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은 중도매인들의 경영 사정이 악화되면서 더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전 108명이었던 중도매인은 최근 75명까지 줄었다. 게다가 지난해는 고령화, 경영 악화 등의 사유로 역대 최대로 많은 8명이 중도매인 자격을 포기하거나 잃었다.
이와 관련해 박극제 전 대표는 부산공동어시장 대표 시절 생선 대금을 갚지 않은 중도매인 2명에 대한 지정 취소를 제때 하지 않아 법인에 6억 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측은 “연대보증제도에 대한 문제는 계속 제기돼 왔다”며 “보증보험 제도 도입 등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중도매인협회 측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시대적인 연대보증제도를 과감하게 없애고, 신용도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도훈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연대보증제도는 신뢰에 기반해 믿고 서로서로 빌려주는 일종의 구시대적인 외상제도”라며 “앞으로는 온라인 수산물 거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게 금융이다. 본인의 자본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제도를 통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어시장 현대화가 진행 중인데, 시스템 부분에서의 현대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어시장 등이 정관 개정 등을 통해 적극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