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가난해지는 지방… 좁혀지지 않는 재정 격차 [다시, 지방분권]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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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재정 격차, 악순환의 고리

부산 지방세 수익 서울의 4분의 1
재정자립도 불과 43% 역대 최저
부족한 세수 탓 정책 변화 난망
지방소비세 등 세제 개편 불가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이 대통령, 신용한 지방시대부위원장, 김용범 정책실장.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이 대통령, 신용한 지방시대부위원장, 김용범 정책실장. 연합뉴스

사람과 기업이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비수도권의 지방 재정은 해마다 더 열악해지고 있다. 수도권은 확보된 세원을 바탕으로 과감한 재정 투입에 나서는 반면, 비수도권은 낮은 재정자립도와 늘어나는 의무 지출에 묶여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구조다. 이러한 지방재정 격차가 지방을 점점 가난하게 만드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

22일 행정안전부의 ‘2025 지방세통계연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수도권에서 거둬들인 지방세는 61조 5432억 원으로, 전체 지방세 수입 114조 854억 원의 53.9%를 차지했다. 비수도권 가운데 시 지역은 19조 3619억 원, 도 지역은 33조 1803억 원에 그쳤다. 수도권의 지방세 비중은 최근 수 년간 꾸준히 전체 지방세의 절반을 웃돌고 있다. 2023년에는 60조 8568억 원, 2022년에는 65조 4443억 원을 기록하며 매년 전체 지방세의 50%를 넘겼다.

2024년 한 해 서울시가 거둬들인 지방세는 27조 3668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산시의 6조 6810억 원과 비교하면 약 4배에 달한다. 경기도도 28조 2848억 원을 기록했다. 대구(4조 3995억 원), 광주(2조 4816억 원), 울산(2조 4526억 원), 경남(6조 7042억 원) 등 주요 비수도권 광역지자체와 비교해도 수도권의 지방세 규모는 확연히 크다. 수도권 한 지역이 단독으로 거둬들이는 세수가 비수도권 광역지자체 여러 곳의 세수를 합친 것과 맞먹는 구조다.

시도별 재정자립도 격차는 인구와 산업, 부동산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수도권은 인구와 기업, 고가 부동산이 밀집돼 지방소득세·취득세·재산세 등 주요 지방세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경기 남부권은 부동산 거래와 보유세 세원이 집중되면서 경기 변동 국면에서도 비교적 탄탄한 세수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이 밀집한 서울 지역과 경기 남부권은 거래 한 건당 발생하는 세수가 지방의 수십 배에 달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기업의 본사와 사업장이 분리된 구조 역시 지방 재정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방에 공장과 생산 거점을 두고 있더라도, 고임금 관리직과 연구개발(R&D) 인력, 대규모 본사 건물이 수도권 본사에 집중돼 있어 세수의 비중이 본사 소재지인 수도권으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배분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은 공장 유치를 통해 고용과 생산 활동에 따른 행정 부담을 떠안지만, 기업 성장에 따른 세수 확대 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에 놓인다. 공장이 위치한 지역은 취득세나 재산세 등 일부 지방세를 확보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고, 기업 이익이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법인지방소득세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더 많이 귀속된다.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가 곧바로 지역 재정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기초지자체 단위로 내려가면 재정 격차는 더욱 뚜렷해진다. 서울 강남구·중구·서초구 등 수도권 핵심 지자체들은 재정자립도 50% 안팎을 기록하며 자체 세원만으로 예산의 절반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강남구는 54.8%, 중구는 55.7%, 서초구는 52.6%를 기록했다. 경기도 역시 성남시 53.7%, 화성시 52%, 용인시 47.9%, 이천시 45.4% 등 주요 지자체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반면 비수도권 기초지자체로 갈수록 자체 재원만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할 여력은 급격히 줄어든다. 재정자립도 격차가 행정 서비스 수준과 정책 선택지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가 겹치면서 비수도권의 세수 기반 자체도 점차 약화되는 흐름을 보인다.

여기에 고령화도 지방 재정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은 2021년 9월 특별·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부산의 65세 이상 인구는 79만 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4.5%를 차지했다. 8대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전국 고령인구 비중은 20.3%로, 부산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는 지방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질수록 기초연금과 노인복지 서비스, 건강보험 지원 등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빠르게 늘어난다. 반면 세수 기반은 약해지면서 지방 재정은 갈수록 경직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지방의 정책 선택지를 제한하고 있다고 본다. 의무 지출 비중이 커지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재정적 여력이 부족해진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은 인구 유입과 세수 확대를 바탕으로 다시 투자를 이어가는 반면, 지방은 부족한 세수로 인해 변화를 추진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무상복지 정책 역시 성남시의 비교적 탄탄한 재정을 기반으로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방 재정 격차를 완화할 대안으로 지방소비세 확대를 포함한 세제 개편을 제시한다. 지방소비세는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난 15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간한 ‘지역균형발전 관점에서 본 지방세 현황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소비세는 수도권 세수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10년간 지방소비세를 제외한 지방세의 수도권 세수 비중은 54.8%에서 60.5%로 5.7%포인트(P) 늘었다. 반면 지방소비세를 포함한 전체 지방세의 수도권 비중은 같은 기간 53.4%에서 54.0%로 0.6%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방소비세 도입 이후 수도권 세수 쏠림 속도가 상대적으로 둔화됐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지방소비세는 세수의 68.5%가 비수도권에 배분되는 구조로, 지역 재정 격차 완화 효과가 뚜렷하다”며 “향후 지방재정 추가 확충을 위해 지방소비세와 같은 공동세 방식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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