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관건은 재정분권… 한시 아닌 ‘항구적 곳간’ 필요 [다시, 지방분권]
정부 5년간 20조 인센티브 제시
부산·경남 “국세 이양 우선해야”
조세·사업 자주권도 뒷받침돼야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광역자치단체 통합 관련 시도지사 연석회의.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추진되는 광역 행정통합에서 재정분권은 가장 강력한 배경이다. 부산·경남을 비롯해 광주·전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모두 수도권 집중으로 나타난 지역 소멸의 신호를 멈추고, 규모를 키운 초광역경제권을 만들어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행정통합을 꺼내들었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행정통합으로 비어가는 지방 곳간을 채우고 독립적인 광역 지방정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후 양상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에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광주·전남이 가장 먼저 6월 통합을 내세워 속도를 올렸다. 이어 정부가 통합 지역에 연간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대구·경북도 중단됐던 논의를 재개해 6월 통합 속도전에 합류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 4년간 최대 20조 원의 인센티브는 거부하기 힘든 ‘당근’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행정통합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 ‘골든타임’을 놓치면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행정통합은 물건너간다는 우려도 나왔다.
반면 부산·경남은 국세 이양이 없는 한시적인 지원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재 7.5 대 2.5에서 최소 6 대 4 수준으로 개선하면 부산·경남 통합 자치단체는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매년 약 7조 7000억 원 이상의 재원을 항구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주민투표와 완전한 재정·자치권 보장을 원칙으로 ‘2028년 통합’ 로드맵을 밝혔다.
부산·경남이 지난달 28일 행정통합 자치권 보장을 촉구하며 발표한 대정부 건의문에도 국세 이양을 포함해 재정적 독립이 핵심으로 꼽혔다. 지방세 세목 신설 권한과 탄력 세율 조정 권한을 부여해 지방의 조세 자주권을 보장해주고, 지역 내 대규모 기반시설 확충 사업의 투자심사와 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달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야당 소속 단체장인 대전·충남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특별법안에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5일 대전·충남 행정통합 ‘졸속 추진’을 멈추기 위해 모든 당직자들이 무기한 피켓 시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이 법적 구속력이 없고, 권한 이양이 빠져 있으며 광주·전남 통합법안과 비교해 조문 가짓수나 국가 지원의 강제성 여부가 차별적으로 설계돼 형평성 문제도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부산·경남을 비롯해 대전·충남, 경북 등 광역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5개 시도지사가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연석회의를 갖기도 했다. 부산·경남의 제안으로 마련된 연석회의에서는 대통령과 시도지사의 간담회를 요구하고, 각 지역이 공통으로 적용 받아야 할 자치·재정분권을 규정한 특별법안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행정통합이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재정분권을 최우선에 두고 광역지자체의 중장기적인 구조 개편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신라대 행정학과 박재욱 교수는 “대통령과 정부가 행정통합과 지방분권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힌 만큼 행정통합 논의를 지역의 잠재력을 키우고 국가체계 운영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