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값 답함…3개 제당사에 4000억원대 과징금…역대 세 번째 규모
공정위, 4년여간 8차례 가격담함 행위 적발
CJ제일제당·삼양·대한제당에 4083억 과징금
사업자당 부과금액은 평균 1361억원, 최대
3사가 국내시장 89% 과점…“비난 가능성 커”
CJ제일제당 “소비자에 사과…재발방지책 신속 이행”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사건 심의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 제공
국내 설탕 시장을 장기간 과점한 CJ제일제당 등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가 4년여간 짬짜미를 반복하다 4000억 원대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과징금 합계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것으로는 역대 세 번째로 규모가 크며, 업체당 과징금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이하 제당 3사)이 사업자 간(B2B) 거래에서 4년여에 걸쳐 설탕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확인돼 시정명령과 함께 총 4083억 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506억 8900만 원, 삼양사 1302억 5100만 원, 대한제당 1273억 7300만 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등 제당 3사는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모두 8차례(인상 6차례, 인하 2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해 실행했다.
제당3사는 설탕 원료 가격이 오르면 원가 상승분을 빨리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공급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해 실행했으며, 가격 인상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 수요처(식품·음료 기업 등)를 공동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반대로 국제 원당 가격이 낮아지는 시기에는 하락 폭보다 설탕 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인하 시기를 지연시키기로 합의한 것으로 판명됐다.
제당3사는 대표급, 본부장급, 영업임원급, 영업팀장급 등 직급별 모임·연락을 통해 가격을 합의했으며, 거래처별로 점유율이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하고 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예컨대 A음료회사는 이 업체에 가장 많이 설탕을 공급하는 CJ제일제당이 담당했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B과자회사는 삼양사가, C음료회사는 대한제당이 주도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 협상했다는 것이다.
공정위 제공
이번 사건은 6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회사에 부과한 6689억 원(2010년), 5개 석유제품 제조판매 사업자에 부과한 4326억 원(2011년)에 이어 단일 담합 사건으로는 세 번째로 과징금 규모가 크다. 업체 당 평균 과징금은 1361억 원으로 공정위의 담합 제재 사상 최대 규모다.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은 제당3사가 담합으로 올린 관련 매출액은 3조 2884억 원이고 과징금 부과 기준율은 15%라고 설명했다.
제당3사의 설탕 가격 담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2007년에도 비슷한 방식의 짬짜미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설탕 산업은 수십 년에 걸쳐 사실상 과점 체제가 유지됐다. 2024년 내수 판매량을 기준으로 제당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약 89%에 달한다.
공정위는 설탕 산업은 식·원자재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까지 세워 국가가 안정적인 수요를 국내 생산자에게 보장하고 있음에도 제조사들이 중대한 경제법 위반 행위(담합)로 전 국민이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으로 고통받는 시기에 고통을 국민에게 가중하고 부당이득을 추구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설탕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고, 제당사들은 이런 진입장벽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제재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 분야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담합 사건도 신속하게 처리해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이날 공정위의 설탕 담합 관련 의결 발표 직후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CJ제일제당은 "고객과 소비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설탕 제조 기업들의 이익단체 성격인 대한제당협회에서 탈퇴하고, 임직원의 다른 설탕 제조사 접촉을 원천 금지한다. 위반할 경우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로 내부처벌도 강화한다. 또 가격 결정 방식 역시 환율과 원재료 가격 등 정보를 공개하고 원가에 연동해 가격을 산정하는 투명한 ‘판가 결정 시스템’을 도입한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