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 연휴 달군 대통령과 야당 대표 낯 뜨거운 부동산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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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악·선거 브로커 다주택 두고 충돌
지방 현실과 괴리… 냉정한 접근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 연휴가 정치권의 부동산 설전으로 들끓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휴 기간 SNS를 통해 다주택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강도 높은 메시지를 쏟아냈고 장동혁 대표는 이를 정면 반박하며 맞불을 놓았다. ‘사회악’과 ‘선거 브로커’라는 거친 표현이 오가는 동안, 정작 부동산 정책 논쟁은 사라지고 거친 말만 부각됐다. 여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 국민의힘 역시 논평을 통해 가세하면서 공방은 확대 재생산됐다. 명절의 덕담 대신 감정의 언어가 오간 셈이다. 설 민심을 향한 정치의 첫 메시지치고는 낯 뜨거운 장면이었다. 명절 화두가 민생이 아닌 정쟁으로 채워진 셈이다.

대통령은 다주택 보유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면서도 왜곡된 제도를 만든 정치인을 겨냥했다. 주택 6채를 보유한 장 대표의 주택 보유 현황을 언급하며 제도적 책임론도 제기했다. 아울러 부모님 사는 시골집과 세컨드 하우스에 대해서는 규제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반면 장 대표는 다주택자를 사회악으로 몰아가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며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노모의 거주 공간까지 논쟁의 소재로 등장하면서 공방은 정책을 넘어 정치인의 자산 문제와 도덕성 시비로 번졌다. 여야는 서로의 도덕성과 진정성을 겨루는 데 집중했을 뿐, 지역 부동산 시장 활성화, 금융 규제 등의 정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설전은 정책 경쟁이 감정 경쟁으로 변질된 전형적 장면이었다.

이러한 논쟁은 지역 시선서 보면 씁쓸하고 허탈하다. 수도권 집값과 투기 논쟁이 정치 담론을 지배하는 동안 지방 부동산 시장은 정반대의 현실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부산을 비롯한 지방 부동산 시장은 가격 정체, 거래 침체, 미분양 증가 등의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논쟁의 무대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중심, 그리고 정치인의 주택 보유 숫자에 머물러 있다. 지역 경제와 직결된 주거 문제는 절박한 현실이지만 지방의 시장 상황이나 정책 대안은 없다. 이번 논쟁이 국민을 향한 정책 메시지가 아니라 정치권 내부를 향한 공방처럼 비치는 이유다. 부동산 정책이 지역 시장이나 현실과 괴리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시장 구조, 공급 정책, 금융 여건, 세제 체계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고도의 정책 분야다. 국민 삶의 토대를 좌우하는 중대 사안이기에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얼마든지 충돌할 순 있다. 하지만 그 충돌은 해법과 대안의 경쟁이어야 한다. 감정적 대응과 인신 공방은 시장 안정에도 정책 신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은 이미 수차례 부동산 정책의 급변과 혼선을 경험했다. 그래서 더 냉정하고 더 현실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수도권과 지방, 보유와 무주택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균형 잡힌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장 구조와 지역별 여건, 장기적 수급 균형을 고려한 정밀한 접근도 있어야 한다. 설 이후 민심은 이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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