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산불 사흘 만에 겨우 진화…원인은 오리무중
23일 오후 5시 100% 진화
강풍·낙엽·급경사 탓 어려움
164명 대피…일부 시설 피해
23일 경남 함양군 휴천면 견불마을에 산불이 확산하면서 짓고 있던 집 한 채가 불에 탔다. 김현우 기자
올해 첫 대형 산불인 경남 함양군 마천면 산불이 사흘 만에 겨우 잡혔다. 산림·소방 당국에서 집중 진화 작업에 나선 덕분인데, 대피한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23일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함양 산불 진화율은 100%다. 산불영향 구역은 234ha, 화선 길이는 최대 8.05km로 남은 화선은 없는 상태다. 산불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발화 지점은 도로에서 130m 정도 떨어진 산 중턱이며 인적이 드문 곳으로 알려졌다.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산불은 지난 21일 오후 9시 14분 발생했다. 애초 산불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1시간여 만에 진화율이 70%에 근접하며 조기 진화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순간풍속 20m/s에 달하는 강풍과 두꺼운 낙엽층, 급경사 지형 등으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22일 새벽 진화율이 20%대로 다시 떨어졌다. 이후에도 진화율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산림·소방 당국은 지난해 발생한 산청·하동 산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집중 진화 작업을 펼쳤다.
23일 오후 5시 경남 함양군 산불 현장에서 박은식 산림청장 직무대리가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산림청은 22일 오전 4시를 기해 ‘산불 확산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오후 10시 30분에는 ‘2단계’로 격상했다. 대응 2단계는 피해 추정 면적이 100ha 이상이거나 평균 풍속이 초속 11m 이상일 때, 혹은 48시간 이상 진화가 예상될 때 발령된다. 이에 23일 오전부터 산림 헬기 50여 대와 진화 차량 120여 대, 진화 인력 800명 이상이 투입됐다. 또한 마을에 산불지연제 8만L를 투하하기도 했다.
소방청도 동참했다. 22일 오후 11시 14분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동한 이후 23일 오전 11시 15분을 기해 2차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광주와 대구, 경북소방본부에서 산불전문진화차 10대 등 모두 20대의 소방 차량이 함양 산불 현장에 추가로 긴급 투입됐다.
박은식 산림청장 직무대리는 “헬기가 여러 번 물을 투하했음에도 강풍으로 인해 진화율이 오히려 떨어졌다. 여기에 경사도가 굉장히 급하고 고도가 높고 낙엽층이 많아 진화 대원들의 접근이 굉장히 어려워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산불 현장 인근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애초 산불 방향이 산 정상으로 향했지만 23일 새벽 풍향이 바뀌면서 마을 쪽을 향했다. 이에 산불 현장 인근 송전·문상·문하·백연·한남마을 등 5곳 주민 164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 가운데 132명은 유림면 어울림체육관, 3명은 요양원, 29명은 친인척 집으로 몸을 피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비닐하우스 1동과 농막 1동 등이 불에 탔다. 행정 당국은 피해 주민들을 위해 생활 물품을 지원하는 한편 건강·심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23일 함양군 유림면 어울림체육관에서 주민들이 모여 산불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견불마을 주민인 이길우(65) 씨는 “상황이 너무 급하게 돌아가는 통에 몇 시에, 어떻게 대피했는지 기억조차 없다. 견불마을이 산불 현장하고 가장 가까운 마을인데 민박이 많다 보니 걱정이 크다. 산불은 차치하고 연기만 가득 차도 생업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한편 산림·소방 당국은 잔불 정리까지 모두 마치는 대로 정확한 산불 원인과 피해 면적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진병영 함양군수는 “피해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복구와 지원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주민의 일상이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소중한 산림을 되살리고 더 안전한 함양을 만들기 위해 예방과 대응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산불 현장 인근 하천에서 산림청 산불 진화 헬기가 물을 채우고 있다. 김현우 기자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