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한미군 기지촌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 첫 공식 사과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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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여성의날 맞아 “사죄” 메시지
초기 상담 중 44%가 성폭력

‘3·8 세계여성의날’ 맞아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제41회 한국여성대회에서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재심으로 61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 최말자 씨가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8 세계여성의날’ 맞아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제41회 한국여성대회에서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재심으로 61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 최말자 씨가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과거 주한미군 기지촌 성매매 행위로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 여성들에게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지난 7일 여성의날 기념 장관 메시지를 통해 “국가가 기지촌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성평등과 여성 인권을 담당하는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서 기지촌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2022년 9월 대법원이 1950년대 한국 각 지역 미군 주둔지 주변의 기지촌에서 이뤄진 성매매에 대해 국가는 피해 여성들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사과 메시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 장관은 “피해자분들이 겪으신 고통과 인권침해의 역사가 잊히지 않고 남은 생애 동안 조금이나마 존엄한 삶을 영위하며, 훼손된 명예를 온전히 회복하실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원 장관은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등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격차를 완화해 나가는 동시에 ‘청년 공존·공감위원회’를 통해 청년세대의 성별 인식격차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메시지에서는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디지털성범죄와 젠더폭력 문제도 언급됐다. 원 장관은 관계 기관이 합동으로 ‘디지털성범죄 피해 통합지원단’ 설치해 디지털성범죄 상담부터 삭제 지원, 수사 요청까지 원스톱 지원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스토킹·교제폭력의 재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긴급 주거지원과 치료 회복 서비스를 통합 제공해 피해자 지원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5년 여성폭력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폭력 피해 초기 상담 7203건 중 가정폭력이 62.8%로 가장 많은 유형(중복집계)을 차지했다. 성폭력 44.0%, 스토킹 12.9%, 데이트폭력 11.8%, 직장 내 성적 괴롭힘 6.3%, 디지털 성폭력 3.3% 순을 차지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정부는 여성폭력의 현실과 문제의 핵심을 똑바로 직시하고, 스토킹처벌법에 교제폭력을 포함하는 땜질식 대응이 아닌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포괄 입법으로 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제41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지난해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재심으로 61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 성폭력 피해자 최말자 씨가 연단에 올랐다. 최 씨는 “여성 피해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싸우는 활동가 여러분의 덕택으로 세상은 바뀌어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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