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방에는 스마트폰 들고 들어가지 마세요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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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스마트폰 관리 요령

물리적 격리 실천 불과 14.3%에 그쳐
곁에 두고 있어도 인지·집중력 떨어져
스마트폰 주차장 지정·시간 보상 중요
인터넷 차단된 학습용 태블릿 활용을

학생들이 학습 장애물 1위로 스마트폰을 꼽았지만 75%가 항상 확인 가능한 상태로 학습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학생들이 학습 장애물 1위로 스마트폰을 꼽았지만 75%가 항상 확인 가능한 상태로 학습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부산 남구의 한 일반고 2학년 A 양은 시험 기간이면 스마트폰을 ‘방해금지 모드’로 설정해 책상 한편에 둔다. 알림은 울리지 않지만,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다 막힐 때면 자신도 모르게 손이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A 양은 “SNS 알림이 안 떠도 친구들이 무엇을 올렸을지 궁금해 습관적으로 화면을 켠다”며 “공부를 방해한다는 건 알지만, 아예 멀리 치우기엔 무언가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내신과 수능 준비에 매진해야 할 학생들이 스마트폰이라는 ‘편리한 방해꾼’과 위태로운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인식과 실천의 극명한 온도 차

최근 입시전문업체 진학사가 전국 고등학생 3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은 자신의 학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스마트폰 및 미디어 사용’(34.4%)을 1순위로 꼽았다. 이는 만성적인 ‘의지 부족’(28.1%)이나 입시 스트레스로 인한 ‘체력 부족’(13.5%)을 앞선 수치다. 학생 스스로 스마트폰이 학업의 ‘주적’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결과다.

그러나 인식과 실제 행동 사이에는 깊은 간격이 존재했다. 공부할 때 스마트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무려 75.3%가 ‘언제든 확인 가능한 상태’로 공부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무음 또는 방해금지 모드로 설정 후 근처에 둔다’는 응답이 43.4%로 가장 많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옆에 둔다’는 답변도 31.9%에 달했다.

반면,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두거나 부모님께 맡기는 등 ‘물리적 격리’를 실천하는 학생은 14.3%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이 공부에 방해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10명 중 7명 이상은 스마트폰을 손이 닿는 곳에 둔 채 ‘공부와의 전쟁’을 치르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지능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곁에 두는 행위가 단순한 습관을 넘어 인지 능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가용 인지 능력(Cognitive Capacity)은 현저히 저하된다고 본다.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두거나 뒤집어 놓아도 마찬가지다. 우리 뇌가 스마트폰의 유혹을 참아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정작 공부에 투입해야 할 집중력이 분산된다는 논리다.

특히 최근 유튜브 쇼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콘텐츠’의 범람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1분 내외의 강력한 자극에 익숙해진 학생들의 뇌는 호흡이 긴 교과서 지문이나 고난도 추론 문제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팝콘 브레인’ 현상을 겪게 된다. 팝콘 브레인은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고 일상에는 무감각해지는 상태를 뜻하며, 숏폼 등 자극적 콘텐츠의 반복 노출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학업 현장에서는 환경통제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진학사 우연철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많은 학생이 자신의 의지력으로 스마트폰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지만, 이는 뇌의 구조적 특성을 간과한 착각”이라며 “공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단순히 무음으로 하는 수준을 넘어, 시야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환경 통제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3단계 전략

전문가들은 학생과 학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우선은 공간적 분리다. 공부하는 방에는 스마트폰을 아예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 규칙을 세워야 한다. 거실의 특정 장소를 ‘스마트폰 주차장’으로 지정하고 공부 중에는 그곳에 거치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시간적 보상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무조건적인 금지는 오히려 보상 심리를 자극한다. ‘50분 집중, 10분 스마트폰’식의 계획보다는 ‘오늘 정해진 학습 분량을 마치면 30분 자유 사용’과 같이 학습 성취와 연결된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것이 좋다.

대체 수단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시계 확인이나 사전 검색을 위해 스마트폰을 쓴다는 핑계를 차단해야 한다. 아날로그 스톱워치와 종이 사전, 혹은 인터넷 연결이 차단된 학습용 태블릿을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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