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대국 10년… 이세돌 “이젠 AI와 협력”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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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 펼친 곳서 AI 바둑 시연
프로그램 주문하자 20분 만에 생성
“속도가 사람 아닌 게 확실히 느껴져
AI 활용 땐 바둑 교육 문턱 낮아질 것”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AI 스타트업 인핸스가 주최한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에 참석, 인핸스의 AI 에이전트와 실시간 협업해 만든 바둑 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AI 스타트업 인핸스가 주최한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에 참석, 인핸스의 AI 에이전트와 실시간 협업해 만든 바둑 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기의 대결’로 불린 알파고와의 바둑 대국 이후 10년. 이세돌 9단이 다시 인공지능(AI)과 마주했다. 이번에는 승부가 아니라 협력이었다.

이세돌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AI 스타트업 인핸스의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에 참석했다. 행사가 열린 장소는 2016년 알파고와의 역사적인 대국이 열렸던 바로 그곳이다.

당시 이세돌은 다섯 번의 대국 끝에 단 한 번 승리를 거두며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10년 전에는 인공지능과 대결했지만, 이제는 함께 일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10년 전 대국 때와 비슷한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바둑판 대신 대형 스크린과 AI 시스템이 마련된 무대에서 그는 AI 에이전트에게 자연어로 바둑 프로그램 제작을 주문했다. AI는 약 20분 만에 프로그램을 만들어냈고, 이세돌은 이 프로그램과 몇 수를 주고받으며 성능을 확인했다.

그는 “사람이 이길 정도의 실력은 아닌 것 같다. 알파고 수준은 넘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AI가 거의 고민 없이 빠르게 수를 두는 모습을 보자 “속도가 사람이 아닌 게 확실하게 느껴진다”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세돌은 은퇴 이후에도 AI와 대국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호선(맞바둑)으로는 도저히 두지 못했고 두 점을 먼저 두고 시작했는데도 졌다”며 “AI는 20초 제한 시간을 두고 나는 무제한 시간을 두고 대국하자 겨우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년이 흐른 지금, 그는 AI를 ‘상대’가 아니라 ‘도구’로 설명했다. 프로기사들조차 인공지능을 통해 포석과 수읽기를 연구할 만큼 AI는 바둑의 핵심 도구가 됐다. 이세돌은 “AI는 이제 승부의 대상이 아니라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조력자”라며 “AI와 협업하면 우리가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훨씬 더 많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돌은 최근 한 대담에서 “AI는 그냥 신이다”라며 “AI가 두는 수에 의문을 갖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바둑은 인간의 관점에서는 무한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컴퓨터의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간 바둑의 의미도 강조했다. 이세돌은 “AI는 AI일 뿐이고 사람은 사람으로서의 바둑을 둘 것”이라며 “사람이 한 수를 둘 때는 기술뿐 아니라 개인의 개성, 라이벌과의 기억, 대국 경험 같은 것들이 함께 작용한다. 인간의 바둑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바둑은 인류가 만든 가장 완벽한 추상 전략 게임이지만 동시에 너무 어렵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AI가 바둑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면 바둑의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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