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해협 다국적군 구상… '청해부대' 파견 촉각
트럼프, 안보 우산 청구서 내밀어
미 공식 요청하면 파견 검토 전망
청해부대 투입 여부 고심할 듯
다국적군 임무, 국회 동의 필요
전쟁 개입·작전 위험성 부담 커
11일(현지 시간) 오만 무산담 주와 접경한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한·중·일을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구하면서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 투입 가능성이 주목된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안보 우산 청구서를 내민 것인데 작전상 위험성이 크고 중동 전쟁 개입이라는 부담도 적지 않아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름째 이어진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간 전쟁 와중에 이란이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등 선박 통행 정상화를 위해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에 군함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바라건대,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인위적인 제약(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은 이란의 각종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선박 호위 작전을 단독으로 하기보다는 다국적군을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의 20% 정도가 지나는 에너지 요충지로 꼽히는데 가장 좁은 곳이 39km에 불과하다. 이란은 이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며 통행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고 실제 민간 선박의 피격 사례도 잇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건대’라는 전제를 단 만큼 아직은 요구 수준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이 있었고 그간 동맹국의 부담을 강조했던 만큼 조만간 군함 파견 요청이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정부의 논의가 구체화해 미국이 실제 한국에 파병 요청을 하면 정부는 청해부대의 파견을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을 중심으로 해적 퇴치 및 안전 항해 지원 등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2009년 1진 파병을 시작으로 현재 47진으로 4400t급 구축함 대조영함이 임무를 교대해 수행 중이다. 병력은 262명이 파견돼 있다.
청해부대는 아덴만 여명작전, 리비아·예멘 우리 국민 철수 작전 등에서 활약하며 4만여 척 이상의 선박 안전을 지원했다. 청해부대는 현재 오만 동방 해상에서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한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및 아라비아·페르시아만 해역에 있는 한국 선박의 위치 및 통항 정보를 해운사들로부터 공유받으며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과거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보내 한국 상선을 호위한 적이 있다. 정부는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높아지자 청해부대의 작전 임무 구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한국 상선 호위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청해부대를 파견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파견은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될 것으로 보여 청해부대의 임무가 근본적으로 달라져 별도의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공식 요청이 오면 심도 있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요구는 단순 방위 분담 비용 인상이 아닌 실제 동맹국의 군사력 동원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한미 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외면하기는 힘든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대로 군함을 보낸다면 중동 전쟁에 개입한다는 인식을 대외적으로 줄 수 있다. 또 이란을 적으로 돌릴 수 있어 위험 부담도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15일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