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급제동, ‘논의 부족’ 내세웠지만…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시 등 8개 광역단체 추진
건의문 제출, 선거 후로 미뤄
노동계 반대·노사 갈등 우려
선거 앞 쟁점화 부담 느낀 듯

지난해 부산 시내버스 전면 파업 당시 부산 연제구 연산교차로에서 시민들이 버스정류장에서 급하게 택시를 잡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부산 시내버스 전면 파업 당시 부산 연제구 연산교차로에서 시민들이 버스정류장에서 급하게 택시를 잡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와 울산시 등이 추진해 온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건의(부산일보 2월 4일 자 6면 보도)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를 비롯한 8개 광역지자체들은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련 논의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미루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과거 필수공익사업에서 해제된 시내버스를 다시 포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서울·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울산·경남 창원 등 8개 광역지자체는 지난달 말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위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려던 공동 건의문을 지방선거 이후 제출하는 데 합의했다.

당초 지자체들은 지난달 말 건의문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제출을 앞두고 일부 지자체에서 이견이 나오면서 제출 일정이 미뤄졌다.

건의문의 주 내용은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가 핵심이다.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려면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 범위를 확대 개정해야 한다.

부산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부산일보DB

현재 노조법은 철도·항공·병원·통신·수도·전기 등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8개 지자체는 여기에 시내버스를 추가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버스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버스 운행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최소 인력(필수유지인력)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 공동 건의문 초안에도 노동부에 이 같은 요구사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움직임은 반복되는 시내버스 파업으로 시민의 이동권이 침해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본격화됐다. 지난달 초 서울 시내버스 파업으로 출근길 ‘한파 교통대란’이 발생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 5월 새벽 첫차부터 오후 1시까지 약 8시간 동안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지자체가 공동으로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추진했으나 최근 지자체별로 각기 다른 입장을 내며 일정이 미뤄졌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대구시와 창원시는 현재 시장 권한대행 체제라는 점 등을 고려해 지방선거 이후로 관련 논의를 이어가자는 의견을 냈다. 서울시가 구심점이 돼 공동 건의문 채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숙의가 부족했다는 내부 지적도 나왔다.

지방선거를 불과 2개월여 앞둔 시점에 민감한 사안을 쟁점화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내버스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필수공익사업 지정이 노동계 반발과 노사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부산버스노조 관계자는 “선거 국면을 앞두고 다른 지역 현안도 많은 만큼 관련 논의를 서둘러 추진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며 “2000년도 필수공익사업에서 해제된 시내버스를 다시 묶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시내버스 사업은 1997년 노동조합법 제정 때 일몰제로 은행·조폐사업 등과 함께 3년 동안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됐다.

부산시는 향후 상황을 살펴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시민 이동권 보장을 위해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 온 사안”이라며 “당장은 여러 여건을 감안해 건의를 미루기로 했지만 향후 적절한 시기에 재논의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