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고문 기술자' 이근안 요양병원서 사망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 연합뉴스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가 11년간의 도피생활을 끝내고 1999년 10월 28일 오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자수할 때의 모습(왼쪽)과 납북어부 김성학 씨에 대한 불법감금과 폭행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출석할 당시 모습(오른쪽). 연합뉴스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강압적 수사와 가혹 행위를 주도한 인물로 이른바 '고문 기술자'로 악명을 떨친 전직 경찰 이근안 씨가 사망했다. 향년 88세.
26일 경기일보,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 씨는 그동안 치료를 받아왔던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지난 25일 숨졌다. 고인은 2023년 초 부인을 잃고 서울에서 홀로 지내왔으며 최근 건강이 악화해 요양병원에 입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1970∼80년대 치안본부 대공수사관으로 근무하며 각종 공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문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민주화 이후 수사가 본격화하자 장기간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 1999년 자수했다. 이후 납북어부 김성학 씨 등을 불법 감금·고문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7년의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다.
출소 이후에는 목사로 활동하며 과거를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에서는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책임 있는 참회를 요구해왔다. 하지 이 씨는 2010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문기술자'라는 명칭에 대한 심경을 묻자 "방어하려는 이와 이를 깨려는 수사관은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인다"며 "그런 의미에서 신문도 하나의 '예술'이다"라고 말해 비난이 일기도 했다.
한편, 2024년 7월에는 이 씨가 '김제 가족 간첩단 조작사건' 피해자에게 국가가 배상한 돈을 가해자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도 나왔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국가가 이 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국가는 구상금으로 33억6000여만원을 청구했는데, 이 씨가 재판에 대응하지 않자 법원이 자백한 것으로 간주하면 청구액 전액을 인정했다. 이 씨는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낸 함박도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해서 유족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고, 역시 변론을 하지 않아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