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이란전 강경 모드, 안보와 경제 리스크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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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도 빅테크 타격 위협, 불확실성 확대
파병 비협조 한국에 불만, '청구서' 대비를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강경 발언을 내놓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20원 가까이 반등했다. 코스피는 244.65포인트(4.47%) 하락한 5,234.05 거래를 마쳤으며, 코스닥도 59.84포인트(5.36%) 떨어진 1,056.34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강경 발언을 내놓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20원 가까이 반등했다. 코스피는 244.65포인트(4.47%) 하락한 5,234.05 거래를 마쳤으며, 코스닥도 59.84포인트(5.36%) 떨어진 1,056.34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연설에서 “앞으로 2∼3주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예고하며 이란을 압박했다. ‘셀프 종전’ 예상과는 달리 강경 입장이 나오자 국제 유가는 다시 뛰고, 글로벌 증시는 급락했다. 여기에 이란이 미국의 정보통신기술(ICT) 및 인공지능(AI) 대기업이 ‘테러 작전’에 연루됐다며 공격을 위협해 확전이 우려된다. 이란 사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더구나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파병에 협조하지 않은 나라에 불만을 피력하면서 한국도 콕 집어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경제난을 넘어 외교·안보를 아우르는 복합 위기로 꼬이는 상황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미국과 이란의 강경 대치가 장기화하면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취약성은 배가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대안으로 정부와 정유업계는 미국산 원유와 러시아산 나프타 등 수입선 다변화로 대처하고 있다. ‘전쟁 추경’도 대책의 하나다. 하지만 ‘석기시대’로 되돌린다는 대규모 공격과 빅테크 ‘핀셋’ 반격으로 피해가 커지면 시장에서는 위험 회피 심리 강화, 외국인 자금 이탈,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동시에 나타날 공산이 크다. 대외 변수에 과도하게 민감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추경 같은 재정 처방도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 대체 조달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경제 충격을 버티기도 힘든데 ‘괘씸죄 청구서’까지 예고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험지에 주한미군을 두고 있는데도… 한국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감정을 드러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유럽 국가가 하게 두자. 한국이 하게 두자”라고도 말했다. 이란 사태가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되든 파병에 응하지 않은 대가로 한국에 방위비, 에너지 구매, 관세와 통상 압박이 뒤섞인 형태의 후속 청구서가 날아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란 사태가 한미 경제·안보 현안으로 번지는 셈이다. 안보는 미국이 책임지고 경제 위기는 한국이 감당하면 된다는 낡은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이번 이란 사태는 과거의 오일 쇼크나 국지전 리스크와는 결이 다르다. 금융, 환율, 에너지, 물류, 산업이 동시에 흔들리고, 외교·안보 리스크까지 더해진 복합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자칫하면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들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이번 중동 공급망 차질이 과거 주요 에너지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많은 위기를 경험해 놓고도 한국은 중동 원유 의존 구조를 탈피하지 못한 점이 뼈아프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낙관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성은 한국의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복합 위기에 대한 국가 차원의 비상 시나리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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