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경제] 전기차 둔화, 막다른 길 아닌 ‘일시 정체’로 보자면…
캐즘
클립아트코리아
신문 경제면에서 자주 등장하는 ‘캐즘(Chasm)’이란 단어는 원래 땅이나 바위, 얼음에 있는 좁고 깊은 구멍을 뜻하는 지질학 용어였다.
캐즘을 경제용어로 끌어올린 이는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제프리 무어 박사다. 그는 1991년에 출간한 저서 ‘캐즘 마케팅’에서 첨단 산업이 초기 시장에서 대중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수요 단절을 캐즘이라고 묘사했다. 여기서 캐즘은 초기 수요층과 대중 수요층의 특성이 달라 기존 방식으로는 제품이 더 이상 팔리지 않는 전환 구간을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전기차 시장이 이 캐즘 구간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얼리어답터 수요는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된 반면, 대중 시장으로의 확산은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안전성에 대한 우려 등이 소비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기차 판매 증가세 둔화는 곧바로 이차전지 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배터리 업계 전반의 침체로 연결됐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캐즘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며 업황을 설명하곤 하는데, 그 안에는 현재의 침체를 ‘일시적인’ 수요 정체로 해석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기술 발전과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 다시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둔화를 단순한 캐즘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즘이 ‘시장 전환 과정에서의 정체’라면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는 보조금 축소와 보호무역 강화, 소비자 피로감 누적 등 구조적 요인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