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효과’ 2월 경상수지 흑자 200억 달러 첫 돌파
231억 9000만 달러 잠정 집계
IT 수출 영향 34개월 연속 호조
원자재 등 수입은 4% 증가 그쳐
국제유가 상승 4월 후 반영될 듯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 2월 경상수지가 약 35조 원으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반도체 업황을 감안할 때 3월 역시 최대 규모의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231억 9000만 달러(약 34조 70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최대 기록이고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34개월 연속 흑자 기조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1월과 2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364억 5000만 달러)도 작년 같은 기간(99억 달러)의 약 3.7배에 달했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2월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 200억 달러를 웃돌았는데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최대로 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 흑자(233억 6000만 달러) 역시 작년 동월(89억 8000만 달러)의 2.6 배로 역대 가장 많았다. 수출(703억 7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29.9%나 늘었다.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의 수출 호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는 통관 기준으로 컴퓨터주변기기(183.6%), 반도체(157.9%), 무선통신기기(23.0%) 등이 급증했다. 반대로 승용차(-22.9%)·기계류정밀기기(-13.5%)·화학공업제품(-7.4%) 등은 뒷걸음쳤다. 지역별로는 동남아(54.6%)·중국(34.1%)·미국(28.5%) 등에서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수입(470억 달러)은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에너지 가격 하락과 함께 석유제품(-21.0%)·원유(-11.4%)·화학공업제품(-5.7%) 등 원자재 수입이 2.0% 줄었다. 이는 이란 전쟁 여파가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결과다.
서비스수지는 18억 6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다만 적자 규모는 작년 동월(-33억 8000만 달러)이나 전월(-38억 달러)보다 작았다. 서비스수지 가운데 여행수지가 12억 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이 전월(-17억 4000만 달러)보다 축소됐는데, 겨울방학 해외여행 성수기가 끝나 출국자 수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1월 27억 2000만 달러에서 2월 24억 8000만 달러로 감소했다. 특히 해외증권투자 배당 수입이 줄면서 배당소득 수지 흑자가 23억 달러에서 19억 8000만 달러로 뒷걸음쳤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2월 중 228억 달러 불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8억 1000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9억 4000만 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86억 4000만 달러 늘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19억 4000만 달러 감소했다. 특히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도 등으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감소 폭(-132억 7000만 달러)이 역대 가장 컸다.
유 부장은 이란 전쟁의 영향과 관련해 “3월 중동 지역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이 전쟁 이전 계약 물량이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유가 급등으로 석유 제품 수출이 50% 증가한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4월 이후에는 국제유가 상승이 수입에 반영될 수 있는데, 미국·이란 간 휴전 협상 결과에 따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