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서프라이즈’ 정유업계, 2분기 실적은 글쎄…
1분기 영업익·수익성 대폭 개선
SK이노베이션 2.4억 흑자 전환
휴전·종전 따른 마진 정상화 땐
고가 재고물량 손실 확대 가능성
시가 판매 회계 구조도 불안 요인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됐다. 사진은 울산 석유화학공단 전경. 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 개선이 맞물리며 주요 정유사들이 일제히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호실적은 일시적 회계 효과 성격이 강해 유가 하락 시 재고평가손실 확대와 함께 2분기 이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1개월 내 증권사 보고서를 집계한 컨센서스(평균 추정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 4498억 원으로, 전년 동기(446억 원 적자) 대비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에쓰오일(S-OIL) 역시 1조 7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15억 원 적자)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국제 유가 상승 영향이 크다. 유가가 오르면 보유 중인 원유와 석유제품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고평가이익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각각 배럴당 94달러, 100달러 수준으로, 60~70달러대였던 1~2월에 비해 큰 폭 상승했다. 여기에 등·경유 중심의 정제마진이 확대되며 제품 판매 수익성도 동반 개선됐다.
하지만 이러한 호실적의 기반은 유가 상승이라는 단일 변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분기 이후 유가가 하락할 경우 실적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로 휴전 기대가 반영된 지난 8일 WTI는 하루 만에 16% 이상, 브렌트유는 13% 이상 급락하는 등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 바 있다.
특히 국내 정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공급 차질에 대비해 고가의 스팟(단기) 물량을 대거 확보해 왔다. 일부 물량은 운송 프리미엄까지 반영돼 배럴당 140~150달러 수준에서 구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4~5월 확보한 대체 원유 물량만 약 1억 1000만 배럴에 달한다. 유가가 하락할 경우 재고평가손실 규모는 급격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의 회계 구조 역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원가는 총평균법으로 반영하는 반면 판매가격은 시가를 적용하는 구조여서, 유가 상승기에는 이익이 과대 반영되고 하락기에는 손실이 확대되는 ‘래깅 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에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도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4일 4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하면서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이 4주 넘게 유지되고 있다. 유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BNK투자증권 김현태 연구원은 “1분기 서프라이즈는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로 인한 일회성으로 이후 실적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로 2분기부터 정유 영업이익은 큰 폭의 레벨 다운(하향 추세 전환)이 예상되는데 한국의 유가 상한제, OSP(산유국들의 공식판매가격) 상승, 휴전·종전에 따른 마진 정상화 등이 순차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