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 무덤 위 400년 지킨 성당 …서양사 오롯이 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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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년의 성소 성베드로대성당/남태우


2천 년의 성소 성베드로대성당. 2천 년의 성소 성베드로대성당.

이탈리아에 처음 가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당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 없이 여러 성당을 따라다니기만 했더니 지금은 헷갈리기만 한다. 성베드로대성당은 예수의 수제자 성 베드로가 순교하고 묻힌 자리에 세워진 세계 최대 성당이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베르니니 등 거장들이 120년간이나 이어 지은 결과 1626년에 완공했다. 마침 올해로 400주년을 맞이했다. 현재 교황 레오 14세가 미사를 집전하는 성당이 바로 여기다.

<2천 년의 성소 성베드로대성당>은 성 베드로의 순교와 무덤을 둘러싼 논란, 성당 건설과 변천 과정, 바티칸시국의 역사를 여행기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성당 하나 가지고 책을 냈네’라는 생각은 편견이었다. 성베드로대성당은 로마부터 시작된 서양 근세사가 압축되어 나타난 공간이었다. 천 년이 넘도록 사용한 옛 성베드로대성당을 재건축하기로 결심한 이는 교황 니콜라오 5세였다.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禧年)’이었던 1450년 대성당에 들어가려고 몰리는 인파로 폰테 산탄젤로 다리가 무너져 200명이 강에 빠져 익사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가톨릭교회에서 신자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인 희년은 25년마다 선포된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책에는 희년의 유래가 잘 나와 있다. 교황 보니파시오 8세는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100년마다 돌아오는 속죄, 회개, 사면의 성스러운 해인 희년을 만들었다. 교황청은 희년 주기를 100년에서 50년으로, 다시 35년과 25년으로 단축했다. 보니파시오 8세는 교황권이 세속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며 군주와 맞서다 뺨을 얻어맞고 ‘아비뇽의 유수’가 일어나게 만든 장본인이다.

극심한 반대로 대성당 재건축은 율리오 2세가 시작했다. 당시 유럽 각국은 신세계 발견과 식민지 개척으로 외국에서 엄청난 돈을 벌었다. 교황청도 그에 걸맞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입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공사비가 끊임없이 들어가자 여러 교황들은 면죄부를 계속 찍어내 종교개혁의 원인을 제공했다. 신교와 구교는 서로를 원수로 생각해 이슬람과 전쟁할 때보다 더 잔혹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주요 전장이었던 독일의 인구는 절반이나 줄었다.

대체 왜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새 대성당을 지어야만 했을까. 율리오 2세가 성베드로대성당 신축 공사를 시작하면서 복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고대 로마 황제 시절로의 복원이 목표였다. 도시 재개발까지 병행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새 대성당을 지은 이유는 당대의 가톨릭이 고대 로마와 같은 고전적 권위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가톨릭을 비판하기 위해 쓴 책은 아니다. 종교적 교훈을 주거나 가르침을 얻자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33년 경력의 베테랑 기자이자 여행 전문가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던 여러 ‘팩트’를 정리와 재해석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성베드로대성당은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니라 인류의 건축 및 예술 역사가 집약된 박물관이었다. 성베드로대성당을 통해 가톨릭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다. 알고 나니 다시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돔 구조물, 다음 번엔 제대로 만나고 싶어진다. 남태우 지음/부크크/188쪽/1만 55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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