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교착 속 호르무즈 관리할 국제 연합체 띄우는 트럼프
‘해양 자유 연합(MFC)’ 구상
동맹국에 공동 관리 요청할 듯
2차 협상 불발 이후 종전 교착
파키스탄 통한 간접 채널은 유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혁명광장에서 한 여성이 ‘호르무즈해협은 폐쇄돼 있다’고 적힌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선박 운항을 관리한 새로운 국제 연합체를 제안하고 나섰다. AF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으로 통항이 막힌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선박 운항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국제 연합체를 제안했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 불발 이후 교착 상태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데, 간접적인 소통 채널만 희미하게 유지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각국 미국 대사관에 발송된 국무부 전문에는 호르무즈해협의 상업적 통항 재개를 위한 ‘해양 자유 연합’(MFC·Maritime Freedom Construct) 구상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WSJ이 입수한 전문에 따르면 이 미국 주도 연합체는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외교적으로 협력하며, 제재를 집행할 예정이다.
MFC 운영은 미 국무부와 중부사령부(CENTCOM)가 주도한다. 국무부는 외교 작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중부사령부는 상업적 해운과 동맹국 군대 간 정보 공유를 위한 실시간 해양 정보를 제공한다. 호르무즈해협의 미래는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에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란은 해협을 떠날 때 통행료를 내지 않는 선박을 표적으로 삼고, 미국 해군은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모든 선박을 상대로 봉쇄 조치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 국제 연합체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외교 및 정책 자원 중 하나라고 한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WSJ에 확인했다.
특히 전문에서 국무부는 “통항을 방해하는 이란에 통일된 결의를 보여주고 유의미한 대가를 치르게 하려면 집단행동이 필수”라며 미국 외교관들에게 외국 정부가 연합체에 서명하도록 압박할 것을 촉구했다. MFC가 군사 연합체는 아니지만, 전문은 미국 당국자들에게 상대국에 ‘외교 또는 군사 파트너’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요청은 미국이 현재와 미래의 호르무즈해협 관리에 다른 국가들이 관여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WSJ은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서 군사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돕지 않은 동맹국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거세게 비난해왔다.
앞서 그는 한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등에 이란이 차단한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한 군함 파견을 요구했으나 동맹국들은 파병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위한 국제 연대를 주도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달 17일 파리에서 약 50개국이 참여한 정상회의를 주재해 해협 재개방 지원을 논의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와 핵 문제 등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대치 장기화에 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미국은 핵 문제를 모든 합의의 핵심 조건으로 명확히 내건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 관련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합의에 동의할 때까지 대이란 해상봉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정유업계 임원들을 비공개로 만나 해상 봉쇄가 몇 개월 더 지속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에너지 시장 영향과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종전을 먼저 논의하고 핵 문제는 추후 협의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만 중재국으로 나선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협상 채널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파키스탄에 이르면 이번 주 금요일까지 기존 협상안을 보완한 ‘수정 평화안’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새 협상안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일부 진전된 내용을 담았을지가 주목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