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재판 건수… 유명무실 '국민참여재판'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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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신뢰 높이는 제도 불구 활용률 ↓
2024년 전국 91건… 코로나 이후 급감
변호 업무 부담 크지만 실익은 적어
판사 중심 현 법 체계도 한계로 지적

27일 경남 창원지방법원 법정동에 국민참여재판 제도 홍보물이 붙어 있다. 최환석 기자 chs@ 27일 경남 창원지방법원 법정동에 국민참여재판 제도 홍보물이 붙어 있다. 최환석 기자 chs@

재판 신뢰도를 높이려는 취지로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이 낮은 실익 탓에 실제로는 활용 빈도가 낮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국민참여재판은 합의부 형사 사건을 대상으로 법정 공방을 지켜본 배심원이 평결을 내리면 재판부가 이를 참고해 판결을 선고하는 제도다. 직업 법관 중심의 재판 절차에 일반 국민 참여를 보장해 사법 신뢰를 높이려는 취지로 2008년 도입됐다.

27일 〈부산일보〉 취재 결과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창원지방법원 합의부 형사 사건 중 국민참여재판 사건은 단 8건에 그쳤다. 2008년부터 2024년까지 창원지방법원에 누적 신청된 489건 중 실제 국민참여재판으로 이어진 사건도 145건(30.1%)에 불과하다.

이러한 경향은 전국적으로도 매한가지다. 법원행정처가 펴낸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2008년 64건이던 국민참여재판은 2010년 162건, 2016년 305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매년 100건 아래로 급감했고, 2024년에도 91건에 머물렀다. 2016년보다 7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국민참여재판 신청은 많지만 실제로 이어지는 사례는 적다. 2008년부터 2024년까지 신청된 국민참여재판 1만 635건 중 29.0%(3,080건)만 진행됐다. 대부분 법원에서 배제(25.6%, 2723건)하거나 신청자인 피고인이 스스로 철회(45.4%, 4,832건)했다.

특히 피고인 철회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20년 49.9%이던 철회율은 2022년 59.0%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4년에도 54.6%로 절반을 넘었다. 피고인 둘 중 하나는 국민참여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포기하는 셈이다.

경남에서 활동하는 김태형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잘 모르는 피고인이 덜컥 신청했다가 변호사 상담 과정에서 실익이 없다는 등 여러 이유에서 철회하는 경로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배제율이 높은 까닭으로는 “제도 도입 시기 한국 형사사법 체계에 아직 이르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때문에 초반에 법원이 의식적으로 제도를 활용했다가 점차 사그라지는 추세로 보인다”고 김 변호사는 진단했다.

‘진주 안인득 사건’ 등 다수 국민참여재판을 맡은 법무법인 지승 문일환 변호사도 “제도 취지는 좋지만 법관·검사·변호인, 행정적으로도 부담이 크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법원 평가를 받는 국선 전담 변호사만이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활용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피고인뿐만 아니라 배심원 처지에서도 평결에 기속력이 없기에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나 재판 참여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결국 국민 사법 참여, 수사 절차의 위법성 배제 등 제도 취지는 분명하지만, 한국 형사사법 체계는 판사 중심이라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겉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도 활용률을 높이고자 고의로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는 피고인 신청 없이도 국민참여재판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국회 계류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필수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을 늘리는 방향보다는 배심원 평결에 기속력을 강화하는 등 실익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아예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인 만큼, 계속 유지할 것인지 근원적인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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