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뿍 파 토핑 속에 가족 생각이 [규슈를 후루룩]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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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하카타 ‘라멘 스미요시테이’
듬뿍 올린 파 토핑에 진한 돈코츠 국물

부산에 돼지국밥이 있다면 일본 규슈에는 돈코츠라멘이 있다. 본보는 이달부터 본보 자매지 서일본신문 오가와 쇼헤이 기자의 ‘라멘 기자의 규슈 면(麵) 여행’ 연재 기사를 소개한다. 오가와 기자는 2014년부터 규슈의 라멘집 200여 곳을 소개해왔다. 2019년부터는 우동, 소바까지 소개하고 있다. 그의 저서 ‘라멘 기자, 규슈를 후루룩’의 제목처럼, 규슈의 면 이야기와 그에 얽힌 사람 이야기를 후루룩 삼켜보길 바란다.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라멘 스미요시테이’의 라멘. 2014년까지 파 추가는 무료였다. 서일본신문 제공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라멘 스미요시테이’의 라멘. 2014년까지 파 추가는 무료였다. 서일본신문 제공

‘천지 뒤집기’는 농사에서 겉흙과 속흙을 뒤집는 작업을 말하지만, 라멘 세계에서도 쓰인다. 양배추와 숙주가 산더미처럼 쌓인 지로계 라멘에서 면(땅)을 야채(하늘) 위에 올리는 동작.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구 ‘라멘 스미요시테이’도 천지 뒤집기가 필수다. 여기서 하늘은 가득한 파와 목이버섯이다.

첫인상이 강렬하다. 대파로 뒤덮인 국물에 버섯이 무심히 뿌려져 있다. 분명 그 아래 있을 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파를 추가하면 국물이 넘치지 않도록 더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사실, 창업 당시엔 파가 적었어요.” 가게 주인 마쓰다 요스케(40) 씨는 이렇게 말했다. 야타이에서 라멘을 배운 큰아버지가 스미요시 신사 근처에서 1977년 개업했고, 아버지 토시오 씨도 함께했다. 처음에는 갓 썬 파를 적당히 올렸지만 양이 적다는 평을 듣곤 했다. “귀찮아져서 점점 늘어났대요”라며 요스케 씨는 웃었다. 목이버섯도 어느새 지금의 양이 됐다.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하카타에키미나미 라멘 스미요시테이에서 영업용 냄비에 국물을 보충하는 마쓰다 요스케 씨. 서일본신문 제공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하카타에키미나미 라멘 스미요시테이에서 영업용 냄비에 국물을 보충하는 마쓰다 요스케 씨. 서일본신문 제공

버블 경기로 모든 게 상승세던 시절, 카운터 8석의 작은 가게는 손님으로 붐볐다. 어린 요스케 씨와 형 신고(44) 씨는 가게 2층에서 시간을 보냈다. 재개발로 1991년 지금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하늘이 있으면 땅도 있다. 새 가게는 순조로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큰아버지에게 빚이 있었고, 결국 가게 문을 닫았다. 아버지는 2000년 빚을 갚기 위해 라멘 가게를 다시 열었다. 6년 뒤 큰아버지가, 5년 뒤엔 형도 힘을 합쳤다.

가족의 시간은 짧았다. 2016년 아버지는 영업 중 돌연 쓰러졌다. 향년 66세. 빚은 거의 다 갚은 때였다.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라멘 스미요시테이’는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영업 준비를 시작한다. 마쓰다 요스케 씨는 “누군가 빠지면 영업은 무리입니다”고 말했다. 서일본신문 제공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라멘 스미요시테이’는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영업 준비를 시작한다. 마쓰다 요스케 씨는 “누군가 빠지면 영업은 무리입니다”고 말했다. 서일본신문 제공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라멘 스미요시테이’는 모자 셋이 가게를 꾸려 나간다. 왼쪽부터 마쓰다 요스케 씨, 어머니 게이코 씨, 형 신고 씨. 서일본신문 제공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라멘 스미요시테이’는 모자 셋이 가게를 꾸려 나간다. 왼쪽부터 마쓰다 요스케 씨, 어머니 게이코 씨, 형 신고 씨. 서일본신문 제공

가득 담긴 파가 눈길을 끌지만 국물도 일품이다. 큰 냄비 3개에 머리뼈와 껍데기를 끓인다. 한 입 머금으면 감칠맛이 제대로 스며있다. 뼈를 휘저어 부수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 감칠맛은 불 조절로 끌어낸다. 스프의 농도와 맛의 깊이를 혼동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조언이 있었다.

빚을 짊어진 채 가게를 다시 연 아버지는 어느 날 신고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라멘이 체질이니 동생을 잘 부탁한다.” 천지를 뒤집는다. 그 한 그릇 안에 가족을 향한 마음이 담겨있다.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하카타에키미나미 5-5-1.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요일 정기 휴무.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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