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원픽]관객 속에 앉아 작품 평을 듣는 재미
김문홍 ‘대숲에는 말(言)이 산다’
김문홍 극작가. 부산일보DB
부산연극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극단 시나위의 '대숲에는 말이 산다' 공연 장면. 부산일보DB
대학 극예술연구회에서 먼저 연극을 만나고 서너 해 있다가 등단했다. 1976년에 중편소설, 동화, 동시로 등단했다. 동시는 이미 접은 지 오래고 지금은 소설, 희곡, 동화만 쓰고 있다. 아직도 우리 문단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장르를 섭렵하는 것을 그렇게 고운 눈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더러 문학단체의 모임에서도 그 단체의 장르에 맞게 하거나, 아니면 세 장르 모두를 열거하며 나를 소개하기도 한다.
50여 년의 내 문학 인생에서 희곡만큼 직접적인 장르는 없는 것 같다. 문자로 된 희곡을 연출의 극적 상상력, 배우의 연기, 그리고 인접 예술의 협업으로 하나의 유기체적인 모습으로 관객 앞에서 공연되는 희곡 장르의 특성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2009년 대한민국연극제에서 희곡상을 받은 ‘대숲에는 말(言)이 산다’는 내 인생의 원픽으로 자리 잡으며 그 이후 후속작이 줄줄이 이어지게 한다.
그 희곡 이후부터 역사극을 많이 썼고, 그러한 작품들은 중요한 상을 많이 받고 관객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불멸의 인장을 찍은 셈이다. 그러한 작품 중에서 역사극으로의 전환점을 알린 바로 그 작품은, ‘저항 3부작’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 뒤를 이어 정조의 문체반정을 그린 ‘방외지사 이옥’, 그리고 보지 말아야 할 사초를 보게 한 연산군의 악행을 그린 ‘사초(史草)’가 줄줄이 그 뒤를 이으며 희곡은 내게 곧 현실 발언으로서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희곡을 본격적으로 창작하기 전에 배우도 예닐곱 편 해보고, 연출도 두서너 편 무대에 올려봤지만, 희곡 창작만큼 매력적인 작업은 없었다. 극작가의 현실 인식을 통해 관객의 생각을 바꾸고, 더 나아가서는 그들의 행동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그 저력이 어느 장르에서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압축과 절제, 음악적 리듬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시인이 되었더라면 멋진 희곡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시인이 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나는 내 희곡에 생명을 불어넣고 무대 위에서 걸음마를 시키는 연극배우를 그 누구보다 좋아하고 존경한다. 김문홍 극작가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