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강풍에 넋나간 부산 김 양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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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부산 강서구 명지동 중리 어촌계 앞 포구에서 오성태 중리어촌계장이 지난 1일 강풍과 높은 파도에 망가진 김 양식장에서 수거해 온 어자재를 정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곳곳에서 한숨과 울음만 터져 나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 신전어촌계의 한영태 어촌계장은 5일 "지금까지 김 양식장에서 이런 피해는 없었다"며 "양식 어민 대부분이 복구에 엄두도 못 내고 있고, 앞길이 막막해 울기만 하는 어민도 많다"고 말했다.

사하·강서 80% 초토화
총 피해액 200억 '훌쩍'
날벼락 어민들 한숨만
수출업체 등 연쇄피해


5일 부산시수협과 경남 진해 의창수협에 따르면 부산지역 김 양식장들이 지난 1일 강풍으로 초토화됐다. 강서구와 사하구 연안의 김 양식장 총면적 650㏊가량의 80% 이상이 완전히 망가졌다. 총 피해액은 200억여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은 겨울이 제철이다. 매년 10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수확하는데 지금이 절정이다. 그러나 김 양식장은 강풍에 취약하다. 바람이 강하면 파도가 높아져 김 양식장의 그물이 떨어져 나가고 서로 엉켜 못 쓰게 된다. 겨울은 태풍이 없어 강풍 피해가 없지만 이번에는 한마디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이날 부산지역의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15m를 넘었으며, 파도도 4m를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서구 명지 지역은 중리, 동리, 신전, 진목, 대저 등 5개 어촌계에서, 사하구 지역은 홍치, 장림 어촌계에서 김 양식을 하고 있다. 이곳 양식 김의 한 해 위판액은 130억~140억 원이다.

그러나 강풍은 김 양식 어민들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양식 어구들은 죄다 망가져 쓸모없게 돼 투자한 돈을 모두 날려버렸다. 피해 복구에는 막대한 시간과 돈이 들기 때문에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결국 올해 김 수확은 완전히 접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부산시수협 양정명 조합장은 "피해규모가 너무 커 산정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녹산동, 신호동 연안 김 양식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곳을 관할하는 의창수협의 강신현 지도상무는 "100㏊의 양식장 중 80% 이상이 소실됐다"고 말했다.

수협과 강서구청은 피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잇따라 대책 회의를 갖고 보상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상 자료 등을 수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양식 어민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백은영 박사는 "피해 지역의 김 양식 규모는 전국의 2%에 불과하지만 색깔이 좋고 부드러워 전라도 쪽 김과 섞어 가공해 수출용 김으로 만들어진다"며 "내수 가격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김 수출업체들은 물량 확보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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