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플스토리] 흰개미로부터 문화재 지키는 고마운 멍멍이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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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개미 탐지견 아시나요

사람의 100만 배 발달한 후각 활용
목조 문화재 파먹는 흰개미 찾아내
2007년 시작돼 2020년 잠깐 중단
2022년 한국특수탐지견센터 재개
훈련 후 심사 통과 절차 까다로워
현재 국내 1마리만 활동하고 있어

목조문화재에서 사람보다 100만 배 뛰어난 후각으로 흰개미 조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흰개미 탐지견 ‘초롱’이의 활동 모습. 한국특수탐지견센터 제공 목조문화재에서 사람보다 100만 배 뛰어난 후각으로 흰개미 조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흰개미 탐지견 ‘초롱’이의 활동 모습. 한국특수탐지견센터 제공

최근 서울 도심에서 목재를 갉아먹는 외래 흰개미가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외래 흰개미에 대해 지난달 22일부터 이틀간 범정부 합동 역학조사를 실시, 총 159개 군체를 확인해 박멸했다. 이후 공개된 역학조사 현장 사진 속의 개 1마리가 누리꾼의 관심을 받았다. 바로 흰개미 전문 탐지견 ‘초롱’이다. 전국에 단 1마리밖에 없다는 흰개미 탐지견에 대해 알아봤다.


■흰개미 탐지견의 필요성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흰개미 탐지견. 흰개미는 목재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 성분을 섭취하며 살아가는 대표적인 해충이다. 우리나라 도심에는 목조 건축물이 많지 않아 다소 낯설지만,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는 주택을 구입하거나 판매할 때 흰개미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야 할 정도라고 한다.

목조 건축물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 왜 흰개미 탐지견이 필요할까? 바로 궁궐과 사찰 등 목재로 만든 문화재 때문이다. ‘목재 문화재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흰개미는 특히 소나무를 좋아해 우리나라 대표적인 목재 문화재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목조문화재에서 사람보다 100만 배 뛰어난 후각으로 흰개미 조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흰개미 탐지견 ‘초롱’이의 활동 모습. 한국특수탐지견센터 제공 목조문화재에서 사람보다 100만 배 뛰어난 후각으로 흰개미 조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흰개미 탐지견 ‘초롱’이의 활동 모습. 한국특수탐지견센터 제공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의원(울산 북구)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흰개미 피해로 방제를 시행한 국가지정 목조 문화재는 조사 대상 78건 중 17건으로 피해율이 21.8%에 달했다. 최근 5년간 피해를 본 문화재는 전체 조사 대상 369건 중 71건. 목조 문화재 다섯 건 중 한 건 꼴로 흰개미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다.

흰개미는 땅속에서 목재 내부로 이동하기 때문에 탐지가 쉽지 않아 전문 조사 기관이 나서야만 피해를 확인할 수 있다. 흰개미는 한곳에서 30년 이상 서식하며 땅속 50~150cm 깊이에 집을 짓고 주로 기둥 속을 파먹는다. 그 결과 속이 빈 기둥은 지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한쪽으로 주저앉게 된다. 최근의 급격한 기후 변화도 흰개미 서식과 피해가 커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흰개미 탐지견은 최대 100만 배까지 발달된 후각을 이용해 흰개미의 페로몬이나 분비물의 냄새를 맡아 흔적과 서식지를 탐지한다. 단시간에 다수의 목조 건축물을 조사할 수 있어 전문가의 육안검사, 검측장비 등을 활용한 조사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돼 효율성이 높다. 또한 흰개미 개체가 현재 활동하지 않더라도 잔여 분비물, 휘발성 유기 화합물 등을 탐지할 수 있어 극초단파 탐지 장비와 함께 국가 지정 목조 문화재의 흰개미 피해 조사에 활용하고 있다.

목조 문화재 흰개미 피해 조사는 흰개미 탐지견과 훈련사,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팀이 한 조로 진행한다. 탐지견이 흰개미 서식지와 흔적을 탐지하면,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내시경 카메라와 탐지기 등 검측장비를 이용해 흰개미 서식 여부와 서식 상태 등을 확인하고,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긴급 방제, 군체제거시스템 설치, 토양처리, 방충·방부처리 등을 진행한다.


흰개미 탐지견 ‘초롱’이. 한국특수탐지견센터 제공 흰개미 탐지견 ‘초롱’이. 한국특수탐지견센터 제공

■현재 국내 유일 흰개미 탐지견 ‘초롱’

흰개미 탐지견이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7년. 문화재청과 삼성 에스원탐지견센터가 협약을 맺고 문화재 지킴이 활동의 일환으로 도입하면서부터다. 이후 2015년 에스원에서 탐지견 사업을 이어받으며 2020년 2월까지 목조 문화재를 지켜왔다. 당시 활동했던 탐지견들이 모두 은퇴하는 등 여러 사정으로 흰개미 탐지견 활동이 잠깐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8년도까지 흰개미 탐지견 훈련사로 활동했던 박병배 씨가 탐지견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2022년 말 한국특수탐지견센터를 직접 열어 흰개미 탐지견 활동이 재개됐다.

탐지견 ‘초롱’이는 한국특수탐지견센터 박병배 대표가 약 1년 6개월간 훈련을 시킨 후 지난달부터 목재문화재 흰개미 탐지에 실제 투입된 2살짜리 신입 탐지견이다. 현재 국내 유일 흰개미 탐지견. 잉글리시 스프링거 스패니얼 종으로 이전에 활동한 탐지견들도 모두 같은 종이다. 영리하고 사람을 잘 따라 탐지견 훈련 성과가 높다고 한다.

훈련을 한다고 모두 탐지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흰개미 탐지견이 되기 위해서는 1년 정도의 사회화 기간과 함께 기초 훈련, 응용 훈련을 받아야 한다. 기초 훈련에서는 흰개미 고유 냄새 인지와 발견 후 반응 방법을 2~3개월 훈련한다. 기초 훈련이 완성되면 실제 현장 응용 능력을 2~3개월 키운다. 그렇게 훈련을 마친 예비 탐지견은 심사를 통해 1급을 받아야만 정식 탐지견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초롱이와 함께 훈련한 도담이는 아쉽게 2급을 받아 통과하지 못했다. 흰개미 탐지견은 통상 7~8년가량 활동한 뒤 은퇴한다. 흰개미 탐지견이 1마리 뿐이기에 초롱이가 모든 문화재를 조사하지는 못한다.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전국 목조문화재 흰개미 피해 전수조사’ 시기에 맞춰 한 달에 두 번 흰개미 탐지에 나서고 있다.

박 대표는 초롱이가 국내 흰개미 위주로 훈련을 진행해 외래 흰개미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지 걱정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초롱이는 거뜬하게 외래 흰개미 탐지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본격적인 탐지에 앞서 현장에서 발견된 외래종 흰개미로 테스트를 해 본 결과 반응을 하더라”며 뿌듯해했다.

앞서 초롱이 이전에 활동한 선배들도 주요 목조 문화재 조사에 투입돼 흰개미로부터 문화재를 지키는 데 도움을 줬다. 2009년 6월에는 탐지견 활동이 ‘문화재 지킴이 활동 우수 사례’에 뽑혀 문화재청장상을 받기도 했다.

박 대표는 “흰개미 탐지견은 주로 산속에 있는 문화재를 조사하기에 일반인과 마주칠 일이 잘 없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 “기후 변화 등으로 흰개미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초롱이와 함께 우리나라 문화재를 보존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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