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7000억 효과 '핵심' 민간 기업들 온다… 금융중심지 '날개' [글로벌 DNA 깨우자]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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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입힌 금융 도시

BNK자산운용·코스콤 등 29곳 입주
지역 금융 생태계 업그레이드 견인차
내년 12월 BIFC 3단계 167개 사 둥지
디지털 금융 핵심 인력만 1282명 달해
부산시 "지역 산업에 활력 불어넣을 것"

9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3단계 공사가 한창인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모습. 지하 5층, 지상 45층 연면적 14만 6568㎡ 규모로 조성되는 BIFC 3단계가 내년 12월 완공되면 예탁결제원 등 공공기관과 디지털 스타트업 기업 167곳이 입주한다. 정종회 기자 jjh@ 9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3단계 공사가 한창인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모습. 지하 5층, 지상 45층 연면적 14만 6568㎡ 규모로 조성되는 BIFC 3단계가 내년 12월 완공되면 예탁결제원 등 공공기관과 디지털 스타트업 기업 167곳이 입주한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해 8월 정부는 기회발전특구 지정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에 기회발전특구를 지정하는 정책은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에서 대규모 기업 투자를 유치할 경우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과 규제 특례를 제공하는 제도다. 지방 소멸 시대, 전국 지자체는 기회발전특구 지정에 사활을 걸었다.

부산시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지역의 핵심 산업중 어떤 산업을 특구 산업으로 신청할지 치열한 논의가 벌어졌다. 금융, 전력반도체, 2차전지 분야가 물망에 올랐다. 시의 선택은 금융이었다. 산업의 젖줄인 금융 산업을 마중물 삼아 지역의 핵심 산업을 키우고,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포부가 금융 산업 육성 계획에 담겼다.

지난 6월 정부는 부산을 금융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했다. 부산에서 금융을 중심으로 한 지역 발전의 핵심 DNA를 깨우는 실험이자, 대변화가 시작됐다.

■금융중심지 15년, 기업이 온다

부산과 금융이라는 단어가 밀접한 연관성을 갖게 된건 2009년 부산 금융중심지 지정이다. 지정 5년 뒤 2014년 문현금융단지에 부산국제금융센터 1단계 조성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금융기관들이 입주했다. 한국거래소,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기술보증기금, 예탁결제원 등 정책 금융기관과 금융 공공기관이 대거 입주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 냉정히 말해 금융 생태계 조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었다. 금융 산업의 핵심 역할을 하는 민간 기업이 빠졌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깨어나는 금융 도시 DNA의 핵심은 ‘기업’이다. 시는 특구 지정 신청을 하면서 기업들에게 사전 투자 의향서를 받았다. 29개 기업이 본사 이전, 지점 설립을 하는 내용으로 투자의향서를 냈다.

시는 29개 기업 중 지역 금융 산업의 견인차로 다음 달 출범 예정인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BNK금융그룹 자회사인 BNK자산운용,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을 앵커 기업으로 지정했다. 앵커 기업은 디지털금융·파생금융 선도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시는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금융 생태계를 특구 내에 조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시는 앵커 기업을 필두로 한 29개 기업이 특구에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하고 2조 7000억 원 규모의 부가가치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이 움직인 이유는 하나다. 종전에 찾아볼 수 없는 지원 때문이다. 기업이 부동산을 처분한 뒤 특구로 이전하면 양도소득세, 법인세가 특구 내 취득 부동산 매도 전까지 유예된다. 창업 기업은 소득·법인세가 5년간 면제된다. 취득세와 재산세도 특구 이전 시 100% 면제된다. 정부가 펀드를 조성해 기업 인프라 투자도 지원한다.

또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규제도 특례를 통해 해제한다. 금융 산업이 규제 산업인 만큼 각종 특례 제공이 금융 생태계 육성에 중요한 요소다. 특구를 통해 각종 규제 개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정부 지원과 별도로 투자 유치 보조금 330억 원과 육성·시설 자금도 저금리로 지원한다.

부경대 경영학과 이유태 교수는 “기업 상속세 면제 등 기업 입장에서 부산에 안 갈 수 없는 혜택을 더욱 고민해야한다”며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들이 부산에서 활동한다면 두바이 못지 않은 금융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디지털, 첨단을 키운다

전국 8개의 특구 중 부산 금융 기회발전특구는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내년 12월 완공 예정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3단계가 그 첨병이다. 지하 5층 지상 45층의 BIFC 3단계 건물에는 디지털 기업 167개사가 둥지를 튼다. 산업 별로 구분하면 핀테크·블록체인, 응용 소프트웨어, IT 관련 정보통신업이 50.7%, 기술을 지원하는 지식 기반 산업 기업이 49.3%다.

시가 예상하는 총 근로자는 3245명으로, 디지털 금융 핵심 인력으로 꼽히는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업 종사자가 1282명에 달한다. 이들 중 부산 지역 기업은 113곳이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기업은 32곳이다. 이들 기업에게는 취득세 35%, 재산세 5년간 35%가 감면된다. BNK캐피탈, BNK신용정보, BNK저축은행과 기술보증기금, 예탁결제원 등 부산 이전 공공기관도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 차원의 금융 비즈니스는 벌써 활기를 띠고 있다. BIFC의 스타트업 보육 거점인 부산 핀테크 허브에서는 국내 대형 보험사와 연계한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개발, 선박 탄소배출권 시장 공략 등 관련 금융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있다. BNK벤처투자 등 BNK금융은 지주 차원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계열사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시 김효경 금융블록체인담당관은 “북항 재개발 지역과 문현을 아우르는 부산 금융 기회발전특구는 금융중심지 부산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이자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며 “금융 기업들이 부산에서 활동하고 금융 생태계가 조성돼 지역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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