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까마귀 떼 습격’에도 예산 부족에 요원한 전선 지중화 사업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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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쉼터 제거하는 전선 지중화 사업
1km당 14억 원 예산 부담에 지지부진

지난 18일 부산 북구 화명동 와석교차로 일대 하늘에서 포착된 떼까마귀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지난 18일 부산 북구 화명동 와석교차로 일대 하늘에서 포착된 떼까마귀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부산 북구 도심을 덮친 까마귀 떼(부산일보 12월 22일 자 2면 보도) 대처를 위해 북구청이 ‘퇴치 예산’을 긴급 편성했다. 그러나 예산이 새똥 청소 등 임시방편에 그쳐 근본 대책으로 꼽히는 전선 지중화 사업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부산 북구청은 2026년 본예산으로 떼까마귀 분변 물청소 비용 1200만 원과 떼까마귀 퇴치기동반 실비보상금 400만 원을 편성했다고 25일 밝혔다. 내년 2월까지 떼까마귀가 화명동 일대에 나타날 것이라 예상하고 길에 떨어진 새똥 청소 비용과 퇴치 관련 인건비를 편성한 것이다. 북구청이 떼까마귀 관련으로 본예산을 편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 예산 편성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꼽히는 전선 지중화 사업 예산은 편성되지 못했다. 1km당 약 14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탓에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도심에 출몰하는 까마귀 떼는 주변을 살필 수 있는 높은 지대를 선호해 주로 전선에 앉는다. 겨울에 전선이 비교적 따뜻한 것도 까마귀가 전선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전선 지중화 사업은 까마귀가 앉을 곳을 없애버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까마귀 퇴치 방법으로 꼽힌다.

실제로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일대에는 까마귀 관련 신고가 아예 접수되지 않았다. 신도시 도시계획 때부터 전선이 땅 밑으로 지나가도록 설계돼 있어, 까마귀가 쉴 곳이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이원호 조류 박사는 “열섬 효과로 따뜻한 도심 속에서도 먼 곳까지 내다볼 수 있는 전선이 까마귀들에게 최적의 휴식처”라며 “쉴 곳을 없애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구청은 지중화사업기금으로 장기적으로 전선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북구청은 지중화사업기금 설치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전선 지중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북구의 전선 지중화율은 40.2%로 부산 전체 전선 지중화율(47.5%)보다 낮다.

북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한전과 예산을 절반씩 부담해 지중화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지만, 그마저도 예산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라며 “예산 문제로 5년 동안 전선 지중화 사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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