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분수령 되나… 젤렌스키·트럼프, 플로리다서 종전 회동
젤렌스키 “20개 항목 종전안 마련 중”
안보 보장에 전후 재건·경제 회복 등
영토 문제·자포리자 원전 이슈는 진통
트럼프 “내 승인 전에 아무것도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18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달 2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구상을 직접 논의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협의해온 평화 계획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며, 남은 쟁점을 최고위급 회담에서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양국이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종전안의 약 90%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 안보 보장, 전후 재건과 경제 회복 방안이 포함돼 있다.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핵심 쟁점으로는 영토 문제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운영 방식이 꼽힌다.
그는 “문서를 완전히 마무리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매번 대화할 때마다 목표에 더 가까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 특히 민감한 의제로는 돈바스 지역 처리 문제가 거론된다. 러시아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포함한 돈바스 지역의 영토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현 전선을 기준으로 한 전투 중단을 주장해 왔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일부 통제 중인 도네츠크 일대에 비무장지대와 자유경제구역을 조성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자포리자 원전에 대해서도 미국은 미·우·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운영 구상을 제안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개입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곧바로 협정 체결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을 분명히 하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압박 방안을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가 최소 60일간 휴전에 동의할 경우, 미국과 합의한 종전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며 “영토 문제는 전쟁 중 지도자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논의를 앞두고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승인하기 전까지 어떤 안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시할 방안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협상이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에도 “나쁘지 않은 결과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조만간 직접 대화할 뜻을 내비쳤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직접 협상 대신 미국을 경로로 입장을 주고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며칠 안에 미국을 통해 러시아의 반응을 전달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느리지만 진전은 있다”고 평가했지만, 점령지 철수 의사는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외교적 논의와 별개로 전장은 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지역에 드론 공격을 감행해 일부 도시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하며 에너지 수출 차단을 시도하고 있다. 키이우는 러시아가 겨울철 전력망을 겨냥해 민간 생활을 압박하고 있다며 “겨울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