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수익 그대로 삼킨 SK온…SK이노 4분기 실적 딜레마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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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컨센서스 3129억 원
정유만 3000억 내외 벌어
배터리 적자 3000억 원
SK온 부진 올해도 장기화

SK온 서산공장 전경. SK온 제공 SK온 서산공장 전경. SK온 제공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4분기 정유 부문의 실적 반등에도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대규모 적자에 발목이 잡히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장기화로 SK온의 부진이 당분간 탈출구를 찾기 힘든 상황이어서 SK이노베이션 전체 실적 회복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증권사 평균 추정치) 전년 동기 대비 95.6% 증가한 31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개선의 일등 공신은 정유 부문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의 가파른 상승이다. 하나증권이 분석한 4분기 평균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8.4달러로,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정제설비 가동 차질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에 따른 재고 축적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재고평가손실과 래깅 효과(원유 도입 시점과 판매 시점의 시차에 따른 손실)가 발생했지만, 견조한 정제마진이 이를 상쇄하며 정유 부문에서만 약 3000억 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효자 노릇을 한 정유 부문과 달리 배터리 사업인 SK온의 성적표는 여전히 낙제점이다. 증권가에서는 SK온의 4분기 영업손실을 3000억 원대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분사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5개 분기 연속 적자 흐름을 끊지 못하게 됐다. 이로써 SK온은 2021년 10월 독립 법인 출범 이후 4년 연속 연간 적자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온의 적자 수렁이 깊어진 결정적인 원인으로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가 꼽힌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9월 30일을 기점으로 전기차 신차 구매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급격히 둔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 공장의 가동률이 하락했고, 배터리 생산량에 비례해 받는 세액 공제 혜택인 AMPC(첨단제조세액공제) 금액도 전 분기 대비 25% 급감한 1200억 원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포드와의 합작 법인인 블루오벌SK(BOSK) 관련 고정비 부담까지 지속되면서 실적 악화를 심화시켰다.

문제는 올해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길어지는 가운데 정책적 지원마저 사라지면서 배터리 업계의 고난의 행군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메리츠증권 노우호 연구원은 “2026년 관건은 SK On 배터리 부문의 영업실적 하방 지지 여부”라며 “그럼에도 전기차 전환에 정책 강제성 소멸과 완성차 고객사들의 전략 수정으로 배터리 사업부 부진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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