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하루종일 미사일 굉음… 여긴 차원이 다른 공포”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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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 한국 선원이 전하는 현지 상황

쿠웨이트 인근서 봉쇄 날벼락
육지 20km 해역 사흘째 정박
인근엔 발 묶인 선박들로 빼곡
밤새 엄청난 폭발음·검은 연기
보급 불안에 떨고 있는 선원들
언제까지 상황 지속될 지 막막
위성통신으로 가족과 연락 중

선박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마린트래픽 애플리케이션에 4일 이란(위)과 아랍에미리트(아래) 사이 호르무즈해협을 넘지 못한 유조선들이 해협 좌우 해상에 대기하는 모습이 붉은 점으로 표시되고 있다. 작은 사진은 호르무즈해협을 포함한 중동 지도. 마린트래픽 캡처 선박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마린트래픽 애플리케이션에 4일 이란(위)과 아랍에미리트(아래) 사이 호르무즈해협을 넘지 못한 유조선들이 해협 좌우 해상에 대기하는 모습이 붉은 점으로 표시되고 있다. 작은 사진은 호르무즈해협을 포함한 중동 지도. 마린트래픽 캡처

“육지와 20km 떨어진 배에 타고 있지만 ‘쿵’ 하는 폭발음이 2~3시간마다 한 번씩 밤낮 없이 들립니다. 살아생전 처음 보는 비현실적인 모습에 선원들 모두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여파로 쿠웨이트 인근 해역에 3일째 정박 중인 유조선 승선원 A 씨는 3일(현지 시간) 오후 2시께 〈부산일보〉와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긴박한 현지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쿠웨이트 항만에서 20km 떨어진 선박에 승선해 있는 그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뉴스 이후 매일 같이 미사일이 하늘에서 오고 가는 모습을 목격한다”며 “선박의 경적 소리가 들리는 최대 거리가 3.5km인데, 육지에서 20km 떨어진 선박에서 ‘쿵’ ‘쾅’ 소리가 들리니, 분명 엄청난 폭발일 것이다. 건물보다 높은 시커먼 연기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을 거쳐 카타르를 지나는 길목에서도 계속해서 미사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부터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향해 동시다발적인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A 씨가 탄 유조선은 당초 예정된 작업을 위해 이 지역 항로를 지나던 중 갑작스러운 해협 봉쇄 소식에 발이 묶여, 사흘째 바다 위에서 대기 중이다.

쿠웨이트는 페르시아만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는 지역으로, 여기서 나가기 위해선 반드시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야 한다. A 씨는 “페르시아만을 나가려던 다른 선박이 이미 공격을 당해서 운항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며 “호르무즈해협을 지나오면서도 미사일 공격을 목격했고, 쿠웨이트로 들어와서도 미사일 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이틀 전까지 GPS가 작동이 안 됐고, 선박 간 상호인식 장치나 항법 장치도 먹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 해협이 며칠간 난리였다가 지금은 간혹 교란이 있을 뿐 작동은 된다”고 말했다. 현재 A 씨가 탄 선박은 선사의 지침에 따라 갑판 작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그는 다만 “해협 통행이 폐쇄되긴 했지만 이곳을 오가지 않는 선박에 대한 공격은 없고, 통신도 원활한 편이어서 보급만 가능하다면 장기 정박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안도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이 상황이 얼마나 이어질지 미지수여서, 아랍에미리트에서 보급을 받는 등 호르무즈 해협 내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대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예측 불가능한 현지 상황이 떠올랐는지 그는 이어 “우리처럼 대기 중인 선박이 워낙 많아 보급 계획 또한 가능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하기도 했다.

A 씨는 특히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우려를 신경 썼다. 그는 “이곳 선박과 선원들의 상황과 안전 여부에 대해 고향의 가족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있지만 우리도 확인 가능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그저 잘 있다고 말할 뿐이고, 가족들도 무사히만 돌아와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까지 한국 국적의 선박이나 선원들의 피해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상황의 불확실성인 만큼 이곳에서 노심초사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선원들의 안전과 보급품 지원에 대한 보장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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