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 입주, 업체는 ‘짬짜미’ 행정은 ‘깜깜이’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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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항 수산가공 단지 공장 56곳
저렴한 임차료에 각종 시설 혜택
퇴거 업체가 새 입주자 추천 지목
공모 절차 무시, 법률 위반 논란
부산시 심의 부실, 5년간 주먹구구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수산업체 경쟁력 강화와 수산물 수출 전진기지 지원을 위해 설립된 수산가공선진화단지(이하 가공단지)에서 입주 업체들이 장기간 사적으로 다음 입주 업체를 선정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간의 이른바 ‘깜깜이 양도양수’가 지속됐는데도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부산시가 이를 방치해온 데다 제대로 된 감사조차 진행하지 않아 행정력 구멍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5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부산시 감사위원회의 ‘국제수산물유통시설관리사업소 종합감사’에서 이같은 문제가 처음 제기됐다. 시 감사위는 가공단지 개장 이후 11년 만에 처음 감사를 벌였다. 통상 3~5년마다 감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누락했다.

시 감사 내용을 보면, 사업소 산하 가공단지는 2014년 서구 암남동 감천항 동편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 옆 6만 6395㎡ 부지에 1421억 원을 투입해 건립, 개장했다. 지상 7층 규모에 식품가공공장 56곳이 입주할 수 있고, 현재 55곳이 입주해 있다. 업체들은 첨단 수산물 가공공장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차료로 쓸 수 있고, 연구·지원 시설도 이용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았다.

그런데 사업소는 2016년 사용 계약 만료 또는 입주 포기에 따라 퇴거를 앞둔 기존 입주업체가 뒤이어 입주할 업체를 직접 선정해 사업소에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 방침을 마련했다. 이같은 비공개 입주업체 선정 방식은 상위법인 산업집적법 등에 명백히 위배된다. 그럼에도 시 사업소는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채 설비만 남겨놓고 가야 해 손해가 막심하다는 업체들의 민원을 이유로, 기존 업체가 지목한 업체에 입주 우선권을 주는 내부 방침을 만든 것이다.

이는 법령에 규정된 ‘공개 공모’ 절차를 사실상 무시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기존 입주업체들은 시의 검토를 받지 않고 설비 등의 비용을 사적으로 산정해 일종의 양도금을 받고 입주 권한을 넘겼다. 입주 우선권을 부여받은 업체들은 시의 심의를 받긴 했으나, 단 한 건도 반려되지 않았다.

타 시도의 입주 심사 지침서를 보면 매출액, 부채비율, 영업이익률 등의 정량평가 진행이 명시돼 있지만, 시 사업소의 선정 평가 기준표는 평가위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점수가 부여되는 정성평가 항목이 대부분이다. 지난 5년간 이같은 방식으로 입주 권한을 넘기는 ‘깜깜이 양도양수’를 통해 업체 간 오간 돈만 약 28억 2800만 원에 달했다.

사업소 내 공장에 입주한 한 관계자는 “법대로라면 설비를 철거하는 등 원상복구를 해두고 나가야 하는데, 고정 시설인 냉동설비를 철거하면 기존 구조물의 훼손이 불가피해 원상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비용이 더 드는 상황”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새 입주업체에 설비 등을 유상으로 넘겨주는 방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애초에 냉동설비 없이 건립된 공간을 업체에 임대해준 사업소 측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는 가공단지에 경쟁력 있는 업체가 공정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방침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된 2016년 내부 지침을 승인한 담당 국장 등은 현재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소 관계자 또한 “당시 법 해석의 오류로 인해 부적절한 내부 지침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감정평가를 도입해 설비 가격을 객관화하고, 불투명했던 양도 절차를 공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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