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호르무즈 봉쇄 기싸움 속 21일 회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 인근 오브뷔르겐의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가운데) 이란 외무장관. 미국과 이란 대표단은 이번 주 프랑스에서 평화 기본합의를 체결한 뒤 후속 세부 사항과 기술적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회동했다. EPA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MOU 체결 이후 21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첫 대면 실무협상에 나선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재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고, 미국은 실제 해협 봉쇄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일단 대화 국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협상 개시를 앞두고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20일 이란과의 협상을 위해 스위스로 출발하기에 앞서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틀 정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핵 문제와 레바논 휴전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MOU 발효 이후에도 이스라엘이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공습을 이어가는 데 대해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레바논 양국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후속 협상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앞서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이미 스위스에 도착한 데 이어 밴스 부통령까지 합류한다. 이란 측에서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이날 스위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협상을 앞두고 중동의 긴장 수위는 다시 높아졌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레바논 상황과 관련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MOU 내용을 위반했다며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봉쇄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적인 비난보다는 상황 관리에 주력했다. 미 중부사령부의 팀 호킨스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지 않다”며 “선박 통행도 정상적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 원유 소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은 다시 고조되고 있지만, 양국 대표단이 예정대로 스위스에 집결하면서 협상 자체가 곧바로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돌발 변수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MOU 위반을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 역시 이번 회담이 본격적인 협상 개시보다는 양해각서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미국 측에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기 위한 자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번 스위스 실무 회담은 양측이 핵 문제와 대이란 제재 완화를 둘러싼 본격적인 협상 국면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