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안전장치 없는 교통섬, 차량 덮치면 ‘죽음의 섬’
2명 사망 부산 대연동 사고 현장
3개 도로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
보호 시설 없어 사고 위험 노출
고령 운전자 사고 5년간 67% ↑
예방책은 면허 자진반납에 그쳐
실질 효과 이끌 대책 마련 시급
지난 21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도로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인도를 덮쳐 행인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2일 한 시민이 사고 현장에 고인을 추모하는 꽃과 음료수를 내려놓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시민 2명이 숨진 부산 남구 대연동 보행자 사고(부산일보 6월 22일 자 10면 보도) 현장이 구조적으로 보행자에게 위험한 곳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방면으로 통행량이 많은 지점에 만들어진 교통섬이 보행자들의 안전을 지키기는커녕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경찰과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시급하다.
지난 21일 오후 1시 10분께 남구 대연동 남부산농협 앞 삼거리에서는 7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돌진해 교통섬에 서 있던 보행자 4명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2명은 다리와 머리를 다쳤다. 해당 남성은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사고 발생 지점인 남구 대연동 남부산농협 앞 삼거리는 차량과 보행자 동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삼거리 중앙에 위치한 교통섬은 수영로(왕복 6차로)와 대연SK뷰힐스 아파트 출입구가 있는 수영로249번길(왕복 2차로), 못골로(왕복 2차로) 등 3개 도로로 둘러싸인 곳이다. 이 교통섬은 보행자가 신호를 기다리는 공간이지만 차량이 갑작스레 돌진할 경우 피할 곳이 없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교통섬과 남부산농협 앞 삼거리 주변에서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남부산농협 인근 오르막길에는 평소에도 주정차 차량이 많다. 이 곳으로 오토바이와 마을버스가 왕복 2차로를 오가고 있다. 대연동 주민 전 모(23) 씨는 “사고가 난 주변은 아파트와 초등학교, 지하철역이 밀집한 곳이라서 평소에도 사람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고 지점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은 교통섬이 아닌 주변 횡단보도에 서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부산 남부경찰서와 남구청은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사고 현장을 합동 점검하고 교통섬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남부경찰서 손정달 교통과장은 “교통섬이 내리막길 끝에 있고, 여러 방향에서 차량이 오갈 때 교통섬 전체가 보호 시설물 없이 노출돼 이번 사고와 같은 돌발 상황에 취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부경찰서와 남구청은 교통섬을 보호할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교통섬 위치 조정 또는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손 과장은 “법적으로 교통섬 이동이나 철회가 가능한지, 교통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성대 신강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교통섬은 원래 보행자 보호 시설이라기보다 원활한 차량 흐름을 돕고 보행자가 잠시 차량을 피할 수 있는 시설에 가깝다”며 “특히 내리막길에 작게 설치된 교통섬은 차량 속도 감소를 오히려 방해할 수 있어 이번 사고가 난 교통섬은 제거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령 운전자 사고를 막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산에서 발생하는 고령 운전자 사고는 크게 늘고 있다. 부산에서 발생한 고령 운전자 인명 피해 사고는 2020년 1834건에서 지난해 2725건으로 67% 증가했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 사고 대책은 면허 자진 반납 지원에 집중돼 있다. 부산시는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실제 운전 여부에 따라 동백전 최대 30만 원을 지급한다. 구·군별 자체 인센티브도 있다. 수영구에서는 75세 이상 면허 자진 반납자에게 50만 원을 추가 지원하고 중구·남구·연제구는 30만 원, 서구·동래구는 20만 원을 지원한다. 지원금의 효과는 미미하다. 부산 전체 면허 자진 반납자(65세 이상)는 지난해 1만 3147명이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4648명에 그쳤다. 월평균 면허 반납자는 약 170명 적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